국방
[취재X파일] 軍 방탄복 비리, 끝나지 않았다..“더 싸서” 군 해명도 거짓
뉴스종합| 2016-03-26 11:10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감사원 감사 결과 군 신형 방탄복 선정 과정에서 관련 군 장성의 비리가 드러났지만, 군이 오히려 해명에 나섰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감사원이 군의 방탄복 비리 관련 감사 결과를 지난 23일 내놓자, 군은 24일 “선정된 방탄복은 값이 더 저렴해서 고른 것”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25일 감사원이 군의 해명에 대한 반박 자료를 다시 내놓으면서 군의 해명마저 거짓임이 드러났다.


감사원이 군 해명에 대해 반박하면서 사실을 교묘히 비튼 군의 궁색한 해명의 실체가 드러나 군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 관련자를 문책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해야 할 군의 자정 기능을 상실한 모습에 국민적 우려와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23일 방탄복 선정 과정에서 관련 군 장성이 자기 아내를 해당 업체 계열사에 위장 취업시켜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까지 드러났지만, 군은 오히려 “값이 저렴해서 선정한 것”이라며 비리에 연루된 장성을 대변하는 투의 해명을 내놨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군은 지난 2007년 철갑탄 방호용 방탄복 기술 개발에 성공하고, 조달계획까지 수립했지만 지난 2011년 10월 해당 조달계획을 철회하고 보통탄 방호 수준의 방탄복을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관련 업무 담당 장성은 자신의 아내를 선정된 업체에 위장취업시켜 3900여만원을 받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군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지난 2007년 12월부터 5년간 28억여원을 들여 첨단나노기술을 적용한 액체방탄복을 개발했다. 이 액체방탄복은 2010년 11월 공인시험기관에서 철갑탄을 막을 수 있는 성능까지 입증받았다.

국방부는 다음달인 2010년 12월 2011~2016 피복 및 장구류 중기 개선계획을 수립, 이 액체방탄복의 육해공 각군 조달계획까지 세웠다. 그러나 돌연 2011년 10월 군은 이 계획을 철회하고, 철갑탄은 막지 못하나 보통탄은 막을 수 있는 방탄복 조달로 방향을 수정했다.

군 장병들이 방탄복을 착용한 모습

▶감사원 감사 방탄복 비리 드러나자 군 “값 싸서 선정” 해명=감사원 감사 결과 이 과정에서 관련 장성의 비리가 드러났다.

관련 장성 A씨는 2011년 8월경 군을 전역하고 민간업체에 취직한 B씨로부터 ‘다목적방탄복 공급을 독점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A씨는 2011년 10월 기존의 철갑탄 방호용 방탄복 조달계획을 철회하고 민간업체의 다목적방탄복 수의계약을 결정했다.

2011년 12월에는 해당 업체의 청탁 내용대로 방탄복의 성능 기준을 철갑탄이 아닌 보통탄 수준으로 하향했다. 사업자 선정 방법도 시제품 평가를 통해 진행하기로 했다.

A는 이렇게 한 대가로 자신의 아내를 해당 업체의 계열사에 위장취업시켜 2014년 3월부터 11월까지 3900여만원을 받았다.

육군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 B씨는 이 과정에서 방탄복 성능 기준 등 국방부 내부 정보를 업체에 제공해 5100여만원의 금품을 받고 2012년 6월에는 관련 업체 이사로 취임했다. 방위사업청, 육군사관학교 등도 이런 비리에 가담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졌다.

2011년 11월 방위사업청은 ADD로부터 액체방탄복의 군 적용을 위한 시험평가를 의뢰받고도 무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육군사관학교는 사업자 선정 전 해당 민간업체에 방탄복 시험시설과 장비를 무단으로 제공하는 등 특혜를 줬다. 이에 따라 결국 선정된 업체는 약 2700억여원 상당의 독점 공급권을 따냈다.

국방부는 지난 2014∼2015년 이 업체와 260억여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해 일선 부대와 해외파병 부대 등에 이미 3만5200여벌의 방탄복을 지급한 상태다.

감사원은 이렇게 선정된 방탄복으로 지난해 5월 철갑탄 방탄 여부를 시험한 결과 완전히 관통해 해외파병 등 특수임무 부대 장병들이 철갑탄 위협에 완전히 노출돼 있음을 우려했다.

국방부는 23일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되자 이날 오후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존중하며, 감사처분 결과를 면밀하게 검토한 후 충실하게 후속조치하겠다”는 입장 자료를 내놨다. 적발된 비리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감사원 철갑탄 방어 액체방탄복이 오히려 2만원 더 저렴 반박=그러나 다음날인 24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국방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날 브리핑에서 국방부 관계자는 “액체방탄복의 생산원가는 103만원이었고 당시 조달되고 있었던 구형 방탄복은 42만원, 신형 방탄복은 80만원이었다”며 가격이 선정 절차에 영향을 줬음을 시사했다.

또 “액체방탄복은 무게가 굉장히 무거운 것으로 판단됐다. ‘엎드려 쏴’ 자세로 사격시 견착사격도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5일 감사원은 관련 내용의 반박 자료를 냈다.

이 자료에서 감사원 측은 “지난 24일 국방부 관계자가 발언한 ‘액체방탄복 가격 103만원’은 방탄복의 가슴과 등쪽에 모두 방탄판을 넣는 경우”라며 “국방부 관계자가 언급한 ‘신형방탄복 80만원’ 부분은 방탄판이 방탄복 가슴쪽에만 들어가는 경우여서 이 두 개를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감사원은 “액체방탄복과 선정된 방탄복의 가슴쪽 한 곳에만 방탄판이 들어갈 경우 액체방탄복 가격(2011년 추정금액)은 82만원, 선정된 방탄복 가격(2014년 조달금액)은 84만원으로 액체방탄복이 더 저렴했다”고 설명했다. 방탄판이 가슴과 등 두 개가 들어갈 경우에도 액체방탄복은 103만원, 선정된 방탄복은 109만원으로 오히려 철갑탄 방호가 가능한 액체방탄복의 가격이 더 저렴했다.

‘액체방탄복 무게가 굉장히 무겁다’는 국방부의 주장도 감사원의 의해 반박됐다.

국방부 측은 액체방탄복의 무게에 대해 “(액체방탄복과) 비슷한 성능의 특전사 대테러방탄복은 10.5㎏ 정도로 일반 방탄복(5.8㎏)의 2배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감사원 측은 ”두 방탄복의 무게 차이는 0.1㎏라고 밝혔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