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축구읽어주는기자] 밀집수비에 갇힌 한국, 해답은 이승우
뉴스종합| 2016-10-12 16:04
-1997년 붉은악마 출범 당시 멤버였던 김수한 기자의 축구 이야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최근 들어 벌써 세번째다.

우리 한국축구가 밀집수비 후 기습반격에 3연속 무너졌다.

올해 8월 브라질 올림픽축구 8강 온두라스전, 9월 월드컵 예선 시리아전, 10월 월드컵 예선 이란전에서 연거푸 이런 전략에 무력화됐다.

문제는 우리 축구대표팀이 상대의 밀집수비 전략을 뚫을 방도를 아직도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3번이나 당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판국이다. 독일 명장 울리히 슈틸리케 감독조차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화무십일홍, 달은 차면 기우는 법이라 했던가.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 성공한 한국 축구가 위기에 처했다.

과연 한국 축구의 시대는 왜 저물고 있는가.


‘제2의 메시’ 이승우가 지난 6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 U-18 대표팀과의 친선 연습경기에서 뛰고 있다. 당시 우리 팀은 잉글랜드를 3-0으로 이겼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아홉수의 저주 때문이라는 분석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그보다는 9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하면서 너무나 확고해진 한국 축구의 위상이 도리어 한국 축구를 무너뜨리고 있는 격이다.

현재까지 한국 축구의 위상은 여전히 화려하다.

프리미어리그를 주름잡는 세계적 공격수, 유럽과 중동, 중국, 일본 등 해외 축구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저명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또한 K리그 선두권 스타들이 뒤를 받치고 있다.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기에 전혀 부족해 보이지 않는 면면이다.

그런데 이들의 조합이 예상 밖의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경기력이 뒤지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한국팀은 상대팀을 압도한다.

지난 8월 올림픽축구 피지전에서는 8-0으로 승리해 한국 축구사를 새로 썼다.

한국 축구사에서 올림픽을 포함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세계대회 최다 골 차 승리 및 최다득점 신기록을 수립했다.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때 드러난 허점이 지금까지 대표팀의 그림자로 남아 있다.

▶8월 온두라스, 9월 시리아, 10월 이란 연이은 졸전…이유는 밀집수비에 대한 무대책=현재 한국 축구의 가장 큰 허점은 상대를 파상공세로 밀어붙이는 공격에 있다. 상대를 쥐락펴략하는 오늘날 한국 축구의 강함이 한국 축구를 오히려 하락세로 인도하고 있다는 말이다. 모두가 공격에 집중하다 보니 수비 조직이 완전히 와해되고 있는 것이다.

공격에 집중하다 보니 수비가 부실해진다.

경기가 후반으로 흘러갈수록 절실한 한 골을 넣기 위해 이런 양상은 더욱 짙어진다. 공격을 위해 하프라인을 넘는 숫자는 더 늘어나고 수비벽은 최종 라인만 위태위태하게 남아 있다.

이럴 때 상대팀이 기습 반격이라도 하면 한국팀은 그냥 허물어진다. 운좋게 중간에 기습 반격을 차단하면 다행이지만, 이들이 하프라인을 넘어 순간적으로 치고 들어오면 실점은 금방이다.

이런 면에서 피지전은 한국 축구의 정점을 보여줌과 동시에 허점을 드러내고 만 경기였다.

피지전 전반 32분 권창훈의 크로스를 류승우가 가슴 트래핑 뒤 슬라이딩슛으로 첫 골을 넣기 전까지 한국 축구는 피지팀의 밀집수비에 고전했다. 만약 이날 첫 골이 나오지 않았다면 경기는 좀 더 어렵게 전개됐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한국 축구는 피지전에서 첫 골을 넣은 뒤 날개를 달았다. 반격의 의지를 상실한 피지를 상대로 전방위로 폭격을 가해 8-0 대승을 낚았다.

그러나 브라질 올림픽축구 8강전에서 만난 온두라스는 한국팀의 구멍을 냉정하게 간파했다.

‘밀집수비 뒤 기습반격에 무방비.’

피지전을 통해 적나라하게 표출된 한국팀의 구멍은 온두라스의 한국전 전략에 그대로 반영됐고, 한국팀은 이 레서피에 따라 보기좋게 요리당하고 말았다. 결과는 밀집수비 뒤 기습반격 전략에 따른 온두라스의 1-0 승리. 그리고 한국팀의 8강전 탈락.

지난 9월 시리아전에서도 이 레서피는 차용됐다.

아시아 최강인 한국팀을 맞아 시리아는 밀집수비 뒤 기습반격 전략과 침대축구를 적절히 섞어가며 ‘천금’같은 무승부 기록에 성공했다. 낙승이 예상됐던 시리아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하게 된 한국팀은 의외의 일격을 당한 셈이 됐다.

한국시간으로 11일 밤 열린 이란전도 양상은 비슷했다.

이란은 한국팀의 파상공세를 밀집수비로 막아낸 뒤 기습을 시도하는 패턴으로 일관하며 이미 널리 알려진 한국팀의 약점을 계속 건드렸다.

그리고 단 한 번 찾아온 절호의 기습반격 기회에서 그림같은 골을 성공시키며 한국 응원단을 침묵시켰다. 한국팀의 충격적인 0-1 패배였다.

이 모든 것은 다 한국팀이 스스로 강(하다고 생각)했기에 현실이 된 시나리오였다.

▶밀집수비 뚫으려면 창의적인 축구 천재 반드시 필요=그렇다면 세계 모든 축구 강팀이 밀집수비에 한국팀처럼 무력한 것일까? 아니다.

세계적인 강팀에는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마드리드)와 같은 창의적인 천재 플레이어들이 뛰고 있다.

밀집수비를 공격팀의 조직력만으로 무너뜨리기엔 한계가 있다. 상대팀 수비진영에 포진한 11명의 수비수들 중 1명에게만 걸리면 공격이 무산되기 때문이다.

밀집수비는 조직력이 아니라 철저히 뛰어난 한 개인의 창조적인 플레이로 뚫는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저명한 창의적 공격수들은 상대가 어떠한 수비 형태로 나서든 구멍을 찾아내 골을 넣고 만다. 22명이 뛰는 축구경기장에서 완벽한 조직력, 완벽한 개인기란 없기 때문이다.

지난 3경기에서 한국팀에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런 창조적 플레이를 하는 천재적 재능의 선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울리히 슈틸리케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12일 새벽(한국시간) 이란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카타르의 세바스티안 소리아 같은 스트라이커가 없어서 패했다”고 말했다.

일부 한국 축구팬들에게 이 말은 패장의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최근 일련의 상황을 감안하면 냉정하고 정확한 분석으로 여겨진다. 한국은 최근 비교적 약체인 상대의 밀집수비 전략에 연거푸 졸전을 펼쳤다. 또한 졸전의 주된 원인은 무의미한 패스로 일관한 창의성 없는 플레이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어 “월드컵 본선이 1차 목표인데 오늘처럼 경기한다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한국 선수들은) 유소년 단계에서부터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10연속 월드컵 본선에 도전하고 있는 한국 축구팀 감독에게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은 그 자체가 엄청난 사건이다.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기대 이하이고, 기본기마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창의적 플레이가 도저히 나올 수 없는 한국 고유의 축구 환경에 대한 비판으로도 받아들여진다. 그야말로 한국 축구 전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참다 못해 극언을 쏟아낸 슈틸리케 감독 스스로 모종의 비장한 각오까지 한 듯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6일 카타르전을 3-2로 간신히 승리한 뒤 자신에 대한 국내 여론이 악화되자 7일 인천공항에서 이란 출국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많은 질책이 있다보니 이란에 가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어제 카타르전에서 30분 동안 수적 열세 상황에서 힘든 경기를 했지만 홈경기에서 계속 승리하고 있다. 많은 비판이 있지만 팬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을 타개하려면 세계 최고의 명문 축구구단인 FC바르셀로나 소속으로 제2의 메시로 불리는 축구천재 이승우(18)의 합류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제언마저 나온다.

한국팀은 이란에 이어 월드컵 예선 다음 경기로 우즈베키스탄과 격돌한다. 우즈베키스탄은 전적 면에서 한국팀이 13전 9승 3무 1패로 앞서 있지만, 방심할 수 없는 상대다.

한국이 속한 월드컵 예선 A조에서 이란이 3승 1무로 1위, 우즈베키스탄이 3승 1패로 2위다. 한국은 2승 1무 1패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즉, 한국이 본선에 진출하려면 이번 우즈베키스탄전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남은 경기는 총 6경기이고,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려면 조별 2위는 해야 한다. 3위는 플레이오프 등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3위는 B조 3위와 홈앤어웨이 방식으로 2경기를 치러 이긴 뒤 북미 예선 4위팀과의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또 이겨야 본선 진출권을 얻는다.

북미 예선에는 멕시코, 미국, 캐나다, 코스타리카, 온두라스 등 축구 강국들이 다양하게 포진돼 있어 아시아 예선보다 더 치열한 경기가 될 전망이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