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北최선희 “트럼프 정책 파악 전까지 도발 안해…박근혜 정권 도와줄 일 안한다”
뉴스종합| 2016-12-08 07:47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파악하기 전까지 ‘잠자코 있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있었던 북미 접촉 관련 문서를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 국장은 이번 미국 대선 결과를 놓고 “북한사람들도 많은 미국인들 못지 않게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외무성이 트럼프 당선자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면서 “(그를 파악하기 전에는) 입 다물고 잠자코 있는 게 좋겠다”(its better to keep our mouths shut until we know more)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검토 결과를 기다리면서 지켜볼 것이라면서, 대북정책 윤곽이 드러나기 전에는 북미관계 개선이나 협상 가능성과 관련한 “문을 닫는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적어도 트럼프 행정부 초기 북미관계 긴장을 높일 도발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최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입장을 명확히 숙지하고 대북정책을 검토해주길 원한다고 미국측 대표단에 말했다.

RFA는 최 국장이 트럼프 행정부와 어떻게 대응할지 시급하지 않은 태도를 보였지만 북한 대표단은 미국 대표단 측에 수차례 새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검토(review)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문의했다고 전했다. 이는 당시 접촉에 참여한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최 국장은 미국이 북한과 협상에 나설지 매우 궁금해했다”고 밝힌 것과 부합한다. 문서는 북한 측이 접촉일을 앞두고 미국 대표단에 트럼프 측 인사를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했지만 시일이 촉박해 성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RFA는 2017년 2월 예정된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북한의 도발 자제 의사를 이어나갈지 여부를 가를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서에 따르면 미국측 대표단은 새 행정부 초기 북한이 도발에 나서면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북한의 희망은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 국장은 만일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개최될 경우 북한의 대응은 “매우 거칠 것(very tough)”이라고 위협했다. 최 국장은 논의 초반부터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관심을 보이며 트럼프 당선인이 외교정책 파악을 끝낸 뒤 해당 훈련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는 자신이 언급한 ‘거친 대응’이 핵이나 미사일을 가리키는 것인지는 특정하지 않았다. 또 북한의 거친 대응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위기에 몰린 박근혜 정부를 도와주는 결과를 초래할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 외에도 북한 측은 또 한국 내에서 제기되는 ‘자체 핵무장론’에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궁금해 했다.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최 국장은 새 행정부의 입장을 궁금해하면서 “북한보다 중국이 더 민감하다”고 말해 북한은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는 속내를 내보였다.

문서가 작성된 북미 접촉은 지난 11월 17일부터 19일까지 스위스 제네바 시내 워익(Warwick) 호텔에서 열린 것으로, 양측 모두 5명씩 참석했다.

북한 대표단은 최선희 국장을 단장으로 장일훈 유엔 주재 차석대사, 그리고 외무성 관리 곽철호, 김남혁, 황명심으로 구성됐다. 미국 측은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을 단장으로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게리 세이모어 하버드대 벨퍼센터 소장, 로버트 칼린 스탠포드대 객원연구원 그리고 제니 타운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부국장이 참석했다.

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