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정부의 ‘위안부 합의’ 강행, 부산소녀상 계기로 취약성 노출
뉴스종합| 2016-12-31 15:54
- 합의 신속 이행에 주력한 정부, 한일관계ㆍ여론 사이 진퇴양난

- 전문가 “정부, 합의 문제점ㆍ반대여론 인정하고 이해 구해야”

[헤럴드경제]국내 여론을 무시한 채 이행돼 온 한일 위안부 합의가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를 계기로 약 1년만에 취약성을 노출했다.

한일 정부가 2015년 12월 28일 합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ㆍ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했지만, 그로부터 1년 뒤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세워진 것은 ‘위안부 문제의 최종 해결’에 한국민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8일 19세 이상 525명을 대상으로 위안부 합의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 ‘파기해야 한다’는 응답이 59.0%로 집계됐다.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일본 외무상이 대독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사죄, 일본 정부 예산을 사용한 재단 설립 등 합의 내용은 1990년대 아시아여성기금, 이명박 정부 시절 논의된 ‘사사에안’ 등 과거 해법에 비해 진전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한국내 반대 여론이 요지부동인 배경에는 피해자들이 원한 일본의 법적책임 인정을 받아내지 못한 채 ‘최종해결’을 선언한 점, 소녀상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해결 노력’이 포함된 점 등 합의 내용 자체에 대한 것도 있지만 합의 후 양국 정부의 태도에도 책임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선 한국 정부는 합의후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끈질긴 노력보다는 신속한 이행에 전념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외교부 1, 2차관이 합의 직후 피해자들의 거주시설을 찾아갔지만 합의를 직접 발표한 윤병세 외교장관은 반대하는 피해자 및 지원단체 관계자들을 찾아가지 않았다. 9월 13일 요양치료를 받고 있던 하상숙 할머니를 병문안한 것이 피해자 측과의 유일한 공개 접촉이었다.

윤 장관은 29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도 당시로선 최선의 합의였다는 자평과 함께 “이해해줄 날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반대 여론을 설득하겠다는 구체적인 의지 표명은 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설치된 데 대해 30일 “외교공관의 보호와 관련한 국제 예양 및 관행이라는 측면에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해당 지자체, 시민단체 등 관련 당사자들이 이런 점을 고려하면서 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교훈으로 기억하기에 적절한 장소에 대해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소녀상을 설치하되 일본 총영사관 앞이 아닌 다른 곳에 설치하길 바란다는 취지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일본 정부도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 편지를 보낼 의향이 “털끝만큼도 없다”는 아베 총리의 10월 국회 발언으로 위안부 합의의 진정성 논란을 야기했다.

지난 29일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이 현직 방위상으로는 처음으로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면서 양국의 관계 개선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도 거셌다.
[출처=SBS뉴스 화면캡처]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한일관계 관리와 국내 여론 등 두 측면을 두루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입장에 놓였다.

조세영 동서대 교수는 합의 파기라는 ‘파국적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위태로운 위안부 합의에 대해 정부가 재점검 및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정부가 합의의 부족함과 합의에 대한 불만의 존재를 인식하는 겸허한 자세를 갖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며 “‘합의는 잘된 것이고 언젠가 이해받을 것이니 차질없이 이행하겠다’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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