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軍, 대북확성기 비리의혹에도 ‘160억 사업’ 속전속결 진행
뉴스종합| 2017-01-03 14:50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군 당국이 160억 원 규모의 대북 확성기 도입과정에서 비리 혐의가 드러났음에도 문제가 된 기존 업체가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업체가 요구한 대로 작전요구성능(ROC)가 작성되는 등 비리 논란에도 군 당국이 속전속결로 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군 당국은 대북확성기 사업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15일 국군 심리전단 소속 A상사가 C업체에 유리한 제안서 평가항목 및 배점 한도를 작성한 혐의로 군 검찰단에 구속기소됐다고 밝혔다. A 상사는 그의 상관인 B 중령과 미공개 정보를 이용, C업체의 주식을 매입해 차익을 챙긴 협의를 받고 있다. B 중령은 11월 23일 불구속 기소됐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해당 업체의 주식을 사들여 각각 50만원 미만과 100만 원 미만의 차익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품업체 C사에 대한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하고 있다. 



국방부는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등 엄중한 안보 상황을 고려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대북 확성기 추가 도입 사업도 추진돼 고정형 확성기 24대와 기동형 확성기 16대 등 총 40대의 확성기를 도입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확성기를 납품한 C업체는 ‘작전지역 근거리 내 AS센터 및 대리점 보유 여부’ 등 자사에 유리한 항목을 굵은 글씨로 표시해 반영했고, 입찰 과정에서 사업자로 선정됐다. 군 당국은 A상사와 관련, 금품 수수현황을 포착하지 못했으나, 수차례 식사를 같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군은 지난해 12월 23일까지 C업체로부터 확성기를 모두 납품받아 배치를 마친 상태다. 당초 11월 말까지 완료하려던 납품도 늦어져 14억 원 상당의 지체 상금이 부과됐다.

권혁수 국군심리전단장(육군 대령)은 “기소가 진행된 시점에는 이미 확성기 18대의 설치를 완료한 상황이었다”면서 “계약해지와 관련해 따져보니 공급자나 수요자가 합의해야 하는데, 부대장 입장에서 판단했을 때 전력화 목표 달성은 가능하다고 생각해 계약을 해지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미 국군심리전단에 대한 압수수색이 지난해 8월 진행돼 비리 의혹을 무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성능평가의 타당성도 문제가 되고 있다. 국군심리전단은 지난해 9월 20∼21일 C업체의 확성기가 요구 성능을 충족하는지 판단하기 위한 성능평가를 진행해 합격 판정을 내렸다. 권 국군심리전단장은 “10㎞밖에서 받아쓰기 해 90%이상의 정확성을 기록할 만큼 명료했다”고 주장했지만, 성능평가는 새벽 6~6시 20분과 밤 9시 50~10시 30분 등 두 차례에 그쳐 군이 대북방송을 자주하는 낮 시간대에 하지 않을 것으로 드러났다. 기동형 확성기는 고정식과 동일한 제품을 차량에 탑재한다는 이유로 아예 성능평가를 하지도 않았다

입찰 제안서에는 7월 말까지 성능평가를 완료한다고 명시됐음에도 불구하고 9월까지 연기된 점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군 당국은 이에 대해서 “9월 23일까지 초도 제품을 납품하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하고 업체 사유로 납품이 늦어지면 지체상금을 물린다는 조건으로 연기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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