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현장에서-문재연 정치섹션 기자]소녀상과 할머니 사이
뉴스종합| 2017-01-16 11:24
“설치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영사관 앞에 설치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않느냐”

정치외교학을 연구하고 있는 한 일본인 학자는 16일 이같이 말했다. 이 학자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떠나 부산 총영사관 앞에서 세워진 위안부 소녀상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보상과 상관없이 한국인들의 ‘반일(反日) 감정’을 드러내고 있어 불편하다고 주장했다.

한ㆍ일 위안부 합의는 국민정서와 외교적 시각에서 해법이 판이하게 다른 문제다.

소녀상이 정치화된 순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사라졌다. 위안부 합의 당시 생존 위안부 할머니 46명 중 31명이 ‘화해ㆍ치유재단’에서 배상금 전액을 받았다. 하지만 합의를 받아들인 할머니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은 그 자체로써 이슈가 되어 피해자들의 각기 다른 입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한ㆍ일 위안부 합의 자체의 문제점은 지적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과 ‘외교로 대처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이다. 부산에 일본총영사관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은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의 ‘통렬한 반성’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마이니치 방송은 16일 여론조사 기관 JNN이 일본 전국 18세 이상 남녀 1199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76%의 응답자가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설치됨에 따라 일본이 취한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고 했다. 아베의 정적인 렌호(蓮舫) 민진당 대표도 15일 기타규슈(北九州) 시에서 기자단에 “아베의 대응은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 왔던 일본 시민운동가들은 소녀상보다도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 것을 마음 아파했다. 가와타 후미코(川田文子ㆍ73) 일본전쟁책임자료센터 공동대표는 “소녀상은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아베 총리와 일본 미디어에 대한 반발로 탄생한 것”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일본인 시민운동가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소녀상 문제로 들리지 않게 됐다”고 한탄했다. 

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