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정부 소식통은 31일 “외교부가 추진하는 공적개발원조(ODA)사업에 ‘최순실 사업’이라는 오명이 붙어버렸다”며 “국제교류나 공공외교 차원에서 ODA는 중요한 사업인데 코이카 등 관련 인사가 최순실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브랜드 효과’를 잃어버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헤럴드경제가 전날 입수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외교부 공무원들에 대한 좌천성 인사를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특검은 이달 초 최종 수사결과에서 “미얀마 대사 및 코이카 이사장은 외교부에서 이미 다른 인물로 내정해 청와대에 보고했지만, 최 씨 요청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유재경(58) 주미얀마 대사와 김인식(68) 코이카 이사장이 최종임명됐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유 대사와 김 이사장는ODA 사업을 이용에 최 씨가 이권을 취하는 것을 도우려고 했다. 특히 김 이사장은 코이카 임직원들에 내부자 색출을 지시했고 최근 논란에 휘말린 고위 간부에 대해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현지파견조사 시작과 동시에 사표를 수리했다는 논란에 휘말린 상태다.
코이카는 이에 대해 "코이카는 남성 당사자에게 의원면직 형식으로 사직처리해 최대치의 불이익을 주었다"며 "피해자 측이 추가조사나 대외공개를 원하지 않고, 사건을 일으킨 이도 도의적인 모든 책임을 진다는 의사를 반영해 의원면직 이상의 징계사안이 아니라고 고려하여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ODA업계에서는 ‘최순실 사업’이라는 오명 때문에 ODA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직 외교안보 관계자는 “외교부가 자꾸 논란에 휘말리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여론이 나빠 차기 정권때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 "성추문 은폐 의혹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편, 외교부는 지난 14일 시민단체 참여연대 공인제보지원센터로부터 김 이사장에 대한 사퇴를 요구하는 서한을 받았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우 전 수석의 인사개입 논란에 대해 “특검 및 검찰의 조사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 외교부가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다만, 청와대에서 동 건 관련 직원들에 대한 조치요구가 있었으나 이에 대해 윤병세 장관은 장관으로서 외교부가 독자적인 조사를 토대로 공정한 판단을 내리도록 분명하게 지시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한 행정 전문가는 이에 대해 “외교부가 독자적으로 판단을 한다고 하더라도 위의 지시를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재기가 어렵다보니 지시에 반대하거나 주장을 관철하기 어려워하는 문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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