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르포] 통합화력훈련 취재기…“밀덕력이 +10 상승했습니다”
뉴스종합| 2017-04-27 15:14
[헤럴드경제=문재연(포천) 기자] “K9 자주포가 목표물을 타격했을 때 땅울림이 얼마나 큰지 알아? 상상도 못할꺼야”

2012년 친한 남자 후배에게 이 얘기를 들었을 때만해도 내가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국방부 출입하기 전까지 ‘군알못’(군대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나는 26일이 돼서야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취재파일] 통합화력훈련 직접 가보니

취재 난이도: ★★★

성과: 무기 암기력이 +50 상승했습니다

밀덕력이 +10 상승했습니다

예비군 기피심리가 -70 하락했습니다


26일 경기도 포천시 육군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2017 통합화력격멸훈련’에서 관람객들이 육군의 MLRS(Multiple Launch Rocket System)가 로켓탄을 발사하는 모습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26일 경기도 포천시 육군 승진과학화훈련장에 희뿌연 연기가 올라오자 말로만 듣던 국산 다연장로켓 ‘구룡’ 6문이 60여 발을 발사했다. 곧이어 18문의 K-55 자주포와 54문의 K-9 자주포가 70여발을 동시에 사격했다. 적 장사정포 및 포병에 대한 대응 사격이었다.

상공에서는 무인항공기(UAV)와 전술정찰기인 ‘RF-16’이 적 미사일기지와 장사정 포병 표적을 찾았다. 표적 정보를 전달받은 공군의 F-15K 전투기 3대와 FA-50 전투기 3대가 MK-84 및 MK-82 폭탄 21발을 미사일 기지에 투하했다. 굉음과 함께 폭탄이 표적을 타격하자 관중은 환호성을 질렀다.

북한군의 남침을 가정해 열린 ‘2017 통합화력격멸훈련’은 그렇게 시작됐다. 북한이 전날 조선인민군 건군 85주년을 맞아 대규모 화력훈련을 한 터라 이날 훈련에 이목이 집중됐다.

26일 ‘2017 통합화력격멸훈련’이 열린 경기도 포천시 육군승진과학훈련장에 한미 주요 포병전력이 일렬로 나열돼 있다. [사진=헤럴드경제]

여기서 잠깐. 통합화력훈련의 목적은 ‘억지력 과시’에 있다. 실제 전쟁이 발생하면 시나리오대로 적이 움직인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군은 이날 공개한 훈련 외에도 무수히 많은 훈련에 구슬땀을 흘린다. 더구나 유사시 시행해야 할 작전의 경우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군인들이 우스갯소리로 “전시가 되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게 작계(작전계획)”라고 말하는 것도 외부에 공개된 작계는 작계로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26일 ‘2017 통합화력격멸훈련’에 동원된 미군의 다연장 로켓 [사진=연합뉴스]

그래서 대중에게 공개된 화력훈련은 일종의 ‘군사 퍼레이드’와도 같다. 대외적으로 우리 군의 적 타격능력과 방위력을 과시하는 것이다. 북한이 전날 실시한 합동타격시위가 ‘도발’보다는 일종의 ‘시위’로 평가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원산 일대에서 벌인 합동타격시위에 대해 “사전적으로도 시위는 위력이나 기세를 떨쳐보이는 것”이라며 “결국 공개훈련을 겸한 군사 퍼레이드였다”고 평가했다.

우리 군이 미군과 함께 실시해온 대규모 통합화력훈련은 1977년 6월 처음 시작돼 그동안 8번 이뤄졌다. 훈련 규모 자체가 워낙 크고 예행연습이 필요해 통상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한 차례만 실시돼왔다. 하지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1년 8개월 만에 재개됐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이 엄중해짐에 따라 대북억지력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구역은 한반도 국방현안을 다루기 위한 외신기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후지TV’ 스티커를 붙인 카메라 앞에 선 한 기자는 “한반도 내 긴장감이 고조되면서…”라고 운을 뗐다. CNN방송의 서울특파원도 현장을 다녀갔다. 카메라 기자들은 “쟤가 아파치야, 아파치!”, “KF-16 떴다!”며 카메라를 분주하게 움직였다. 

26일 ‘2017 통합화력격멸훈련’에서 육군 아파치 헬기가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적 기계화 부대가 반격에 나서자 이번엔 미 A-10 공격기 4대가 떠 30㎜ 기관포로 대응했다. A-10 항공기는 1초당 70발을 쏟아부으며 막강 화력을 자랑했다.

훈련장 뒤 상공에서 아파치 헬기 4대가 30㎜ 기관포 800여발과 2.75인치 로켓 76발로 적 보병과 경장갑 차량을 파괴했다. 우리 군이 ‘북한군 탱크 킬러’로 간주하는 아파치 헬기를 도입한 이후 공개적인 훈련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파치 공격헬기는 유사시 북한의 선군호ㆍ폭풍호 등 1000여 대의 전차, 70척에 달하는 공기부양정을 격파하는 데 동원된다. 로켓을 쏘아대는 아파치 헬기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우오오오!”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2017 통합화력격멸훈련’에서 기자의 머리 위로 지나가는 미 아파치 헬기의 모습. [사진=헤럴드경제]

아파치 헬기가 적 기계화부대를 초토화시키자 대공포인 비호와 발칸이 1300여발을 쐈다. 적 항공기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것이었다. 국산 자주 대공포인 비호는 양쪽에 30㎜ 기관포를 각각 1문씩 장착하고 있어 1분에 1200여발을 3㎞까지 사격할 수 있다. 비호가 표적을 명중시키자 땅울림이 크게 났다. 귀가 멍멍해질 정도의 큰소리였다.

공군 KF-16 및 F-15K 편대는 총 20발의 무유도 폭탄을 투하했다. 적 지휘시설과 미사일 기지를 가정한 표적에 정확히 떨어졌다. 동시에 육군의 K-55 및 K-9 자주포와 구룡 등 육군 포병전력이 적 포병부대에 집중사격을 가했다.

지상 기동부대에 공격명령이 하달되자 K-21 장갑차 12대가 기동 사격을 하며 진지를 돌파했다. 그 뒤에서는 18대의 K-2 흑표전차들이 지원사격을 가했다. 공중에서는 코브라 헬기 2대가 엄호사격을 했고 멀리에선 공군의 F-4E 및 F-5와 KF-16 등 총 9대의 전투기가 근접 항공 지원사격을 했다. 

‘2017 통합화력격멸훈련’에서 기자의 머리 위로 지나가는 육군의 주력공격헬기인 ‘코브라’ [사진=헤럴드경제]

지상 공격부대가 장애물을 만나자 이번엔 육군 공병이 나섰다. ‘미클릭’ 2발을 발사해 지뢰 등의 장애물을 무력화시켰다. 우리 공격부대의 진격을 돕기 위해 전차와 장갑차, 다연장, 자주포 등 지상전력과 아파치 및 코브라 등 공중 전력이 동시에 포탄을 퍼부었다. 이날 동원된 전력 모두가 동시에 공격을 퍼붓자 승진과학화훈련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희뿌연 연기가 현장을 가득 채웠다.

이후 수리온 4대에 나눠타고 등장한 705특공연대 소속 병력들이 패스트로프를 이용해 지상으로 내려왔다. 우리 군의 전투기와 미 다연장(MLRS)포는 특공연대 지원을 위해 적 후방지휘소를 타격했다. 잠시 후, 최종 목표를 확보했다는 의미의 녹색신호탄이 피어올랐다.

패스트로프로 신속하게 강하하는 특공부대 장병들을 보면서 가슴 한 켠이 아려왔다. 전쟁이 났을 때 저 순간이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피를 흘릴까. 저 순간이 오기까지 우리 군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훈련을 해야 할까. 기사를 잘못 썼을 때 기자는 신뢰를 잃지만, 훈련에서 실수가 발생하면 사람이 죽을 수 있다. 또 나라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분단 이후 남북은 수차례 교전을 지속했다. 지난해 8월에는 북한군이 연천 방면 북측 비무장지대(DMZ)에서 14.5㎜ 고사포탄을 발사한 뒤 수차례 포탄을 퍼부어 우리 K-55 자주포가 응전에 나섰다. 그 이전에는 DMZ 목함지뢰함 사고로 우리 군 장병 2명이 다리ㆍ발목을 절단해야 했다.

일련의 사건들을 생각하다보니 발사된 포탄과 로켓 하나하나에 ‘다시는 도발하게 놔두지 않겠다’는 우리 군의 분노와 다짐이 담겨있는 것만 같았다. 훈련을 본 나조차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직접 훈련에 임하는 장병들은 오죽할까 하는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