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김관진, 맥매스터 누가 거짓말? 따져보니..
뉴스종합| 2017-05-01 07:38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한국과 미국 안보 최고 책임자가 사드 비용 관련 즉각 핫라인을 가동했지만 논란이 오히려 확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드 10억달러(약 1조원) 청구’ 발언을 놓고 한국과 미국 측이 달라진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미 국가안보 보좌관과 지난 29일 밤(현지시간) 통화한 뒤 서로 다른 입장을 밝혔다.

김 안보실장은 통화 직후 우리 정부가 부지 및 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기존 합의’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방장관 시절 한미연합사령관과 만나 이야기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김 안보실장은 맥매스터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시드 비용 언급에 대해 “동맹국들의 비용 분담에 대한 미국 국민의 여망을 염두에 두고 일반적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30일 맥매스터 보좌관은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실장 전언과는 다른 발언을 내놔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인터뷰에서 기존 합의는 재협상을 하기 전까지 유효하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즉, 한국은 ‘기존 합의가 유효하다’는 포인트에 중점을 뒀고, 미국은 ‘기존 합의는 유효하지만 한미간 재협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기존 합의를 지키기로 상대방(김관진 실장)과 약속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어떤 재협상이 있기 전까지는 그 기존협정은 유효하며, 우리는 우리 말을 지킬 것”이라고 답했다.

이를 종합하면 사드 비용과 관련, 한국은 기존 합의에 따라 미국에 10억달러를 줄 필요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양국 정상이 추후 협상에서 어떤 결과를 도출하느냐에 따라 10억달러를 부담할 수도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폭탄 발언’에 따라 미국 정부도 미세하게 입장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미 정부 인사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두 사람 중 하나가 거짓말을 한다기보다 모든 대화를 공개할 수 없는 민감한 안보 사안의 성격상 일부만을 알리다 보니 이런 오해가 생겼을 뿐 큰 이견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맥매스터 보좌관이 지휘관에 대한 ‘충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현역 군인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스스로 부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우리 외교 당국의 상식적 판단이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재협상 여지를 시사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입장 변화 가능성을 열어놓았음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결국 김관진 안보실장은 기존 합의 재확인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었고, 맥매스터 보좌관은 재협상 여지를 남길 수밖에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대외 협상 방식을 돌이켜보면 이번 발언은 실리를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30년 전 본인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엄포→위기조성→실리 획득’이라는 사업가로서의 노하우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도 이를 위한 ‘엄포’로 봐야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공식에 따라 올 연말 시작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미리 엄포를 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유럽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해 나토 28개 회원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까지 끌어올리라는 최후통첩을 보내고 “더는 무용지물이 아니다”라고 ‘명예회복’을 시켜준 바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한미 정부는 지난 2014년 6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통해 2014년 방위비 분담금을 약 9200억원으로 정했다. 이후 2019년 6월까지 5년간 매년 4%를 넘지 않는 선에서 증액하기로 했다. 2019년 6월 이후 분담금은 한미 정부가 2018년부터 다시 협의해 정하게 된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 방위비 분담금을 높일 명분은 약한 상태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사드 비용 청구를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방위비 분담금은 우리도 매년 9000억원 넘게 분담하고 있는데 이건 일본에 비해서도 GDP 대비 부담률이 더 높은 것”이라며 “미국도 (이런 부분을) 충분히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