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개성공단 내 한국 차량 100여 대가 일제히 사라졌다
뉴스종합| 2017-08-22 09:33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개성공단 한 업체 주차장에 남아 있던 차량 100여 대가 지난 6월 이전 자취를 감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2월 개성공단이 폐쇄된 뒤 약 1년 반 만이다. 최근 잇따라 공단 내 한국 측 차량의 이동 정황이 포착돼, 1년 넘게 개성공단을 방치했던 북한이 본격적으로 한국 자산을 청산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소리(VOA)는 22일 지난 6월 16일 개성공단을 찍은 디지털글로브사의 위성사진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의류업체인 ‘신원 에벤에셀’ 공장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트럭과 승용차 등 차량 100여 대가 일제히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위성사진에는 해당 주차장에 트럭 한 대만 남고 모든 차량이 자취를 감춘 모습이다. VOA에 따르면 공단이 폐쇄된 뒤부터 지난해 말까지 차량들은 자리나 위치를 이동하지 않은 채였다.

지난해 12월(위)과 올해 6월(아래) 개성공단 내 의류 업체 ‘신원 에벤에셀’ 공장 주차장을 촬영한 위성사진. 지난해 12월에는 주차장에 한국 업체 소유의 승용차와 버스 등 차량 100여 대가 남아 있었지만, 올해 6월 트럭 한 대를 제외하고 모든 차량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제공=디지털글로브]

사라진 차량들은 개성공단 내 여러 업체들이 사용하던 것으로, 공단 폐쇄 직후 다른 곳보다 주차 공간이 넓은 해당 주차장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 차량들은 북한이 아닌 한국 측 회사의 소유다. 사라진 차량들은 공단 내 다른 부지로 옮겨진 흔적이 없어 공단 밖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디지털글로브가 6월 촬영한 다른 위성사진에는 개성공단 버스 차고지에 있던 한국 소유 버스 33대가 사라진 정황이 포착된 바 있다. 기존 버스가 사라진 자리에는 새로운 차량 18대가 세워져 있었다. 사라진 버스 가운데 3~4대가 개성 시내에서 돌아다니는 장면이 촬영되기도 했다.

최근 개성공단 내 차량의 이동이 잇따라 확인되며, 북한이 한국 측 자산에 대해서 본격적인 청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를 전격 결정하자 곧바로 한국 측 직원 추방을 통보했고, 한 달 뒤 한국 측 자산을 청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1년 동안 공단 내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개성공단 기업 관계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공단 내 자산과 피해 실태를 점검하기 위한 방북과 피해 보상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7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을 두 차례 진행하며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자 7월 중 추진하려던 방북 신청을 무기한 보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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