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北 6차 핵실험 후폭풍]美, 中에 강력한 ‘세컨더리 보이콧’ 꺼낼까…“전례 없는 압박” 시동
뉴스종합| 2017-09-04 10:31
-“北과 거래하는 나라와 모든 무역 중단” 中 정통 겨냥
-‘세컨더리 보이콧’ 언급 처음…중국은행 등 핵심 기관 노릴 가능성
-2015년 ‘이란식 해법’ 통할까…시행 땐 미중 ‘무역전쟁’ 우려


[헤럴드경제=문재연ㆍ유은수 기자]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례 없는 압박”, “북한과 거래하는 나라와 모든 무역을 중단” 등 초강력 제재를 가하려는 시동을 걸고 있다. 이런 언급은 북한과 혈맹(血盟)인 중국을 정통으로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시사해 북핵으로 인한 미중간 무역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강하게 반발하며 수위 높은 제재ㆍ압박을 예고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두 차례 통화에서 “전례 없이 강력한 대북 압력”을 가하기로 했으며, 트위터에서는 “북한과 거래하는 어떤 나라와도 모든 무역을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경제적 고립을 위한 새로운 제재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며 “북과 무역ㆍ거래를 하는 누구도 우리와 무역 또는 거래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왼쪽부터)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제공=AP연합]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도발 중단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줄곧 강조해왔지만, ‘세컨더리 보이콧’을 직접적으로 예고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과 정상적인 거래를 하는 중국 기업, 은행, 개인에 대한 제재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의 거래까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세컨더리 보이콧’이 실행되면 중국의 강력한 반발로 미중간 신(新) 냉전 양상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미국은 그동안 실질적 조치들은 유보해왔다.

그러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함께 이에 탑재할 수 있는 수소폭탄 실험 성공을 발표하며 미국의 ‘레드라인(red lineㆍ한계선)’을 사실상 넘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6차 핵실험은 중국과 러시아의 책임이 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북한을 감싸는 태도를 보였으니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큰 제재가 없을 거라 생각했을 수 있다”며 “미국이 이번에는 강하게 밀어부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그동안 아껴뒀던 강경 카드를 꺼내들며 중국에 힘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재무부가 최근 중국의 단둥은행, 단둥리치어스무역 등을 제재 리스트에 올린 데 이어 중국은행(BOC), 공상은행 등 핵심 국유은행을 봉쇄하려 들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마지막 보루’인 대북 원유 금수 조치를 합의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에 대한 압박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반대하며 ‘외교적 수단’을 강조하고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불사하고 대중 압박에 나서는 까닭은 ‘이란식 해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이란 원유를 수입하는 제3국에 대해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도록 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지난 2015년 이란과 핵 협상을 타결했듯, 중국을 겨냥한 제재로 북한 핵ㆍ미사일 해결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ye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