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문재연의 외교탐구] 北 핵실험하자 文정부 비판한 트럼프…왜?
뉴스종합| 2017-09-04 14:15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에 이어 6차 핵실험으로 북한이 사싱살 ‘레드라인’을 넘어선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협화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와 북한 핵실험 당일 두 차례나 통화하며 찰떡 공조를 과시한 반면, 문 대통령과는 통화하지 않은 채 트위터 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한국에 말했듯 그들(한국)은 북한에 대한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이란 점을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ㆍNATO) 회원국 등 동맹국들에게 외교적 결례를 계속 범하고 있다지만,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벌인 이 시점에 우리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배경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아무리 동맹국이라고 해도 이견은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공동의 압박대상’을 향해 메세지를 발신할 때는 적어도 동맹국과 박자를 맞춰 움직여야 한다. 특히 미국의 전략자산을 필요로 하는 입장에서 정부는 미국의 입장을 반영한 메세지를 발신할 필요가 있었다. 동맹국이라고 하더라도 외교의 기본원칙은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미국에 ‘철통같은’ 안보공약을 촉구하면서도 트럼트 정부의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매번 엇박자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이‘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발언을 했을 때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강력규탄하는 메세지보다는 ‘전쟁론’을 무마하는 데 외교력을 쏟았다. 북한 핵불용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전쟁만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정부는 ‘미국이 어떠한 조치를 하려고 하든 한국이 막을 것’이라는 메세지를 북한에 발신함으로써 미국의 압박효과를 약화시켜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기에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도 ABC뉴스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이 위기를 부채질해 매우 우려스럽다”는 발언을 해 한미 대(對) 북 압박구도가 아닌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국 대(對) 미국 구조가 언론의 단골주제로 떠올랐다.

북핵문제를 무력충돌 없이 해결하려면 궁극적으로 대화의 길로 나서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결국 방법론이 문제다. 대화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대화를 추진하냐는 더욱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대외정세와 국제사회에서의 한국 입지를 검토하지 않은 채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한 게 되레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무너뜨려 버렸다.

당장 북한은 문재인 정부의 군사ㆍ적십자회담에도 응답하지 않고 있다. 김대중ㆍ노무현 정권 당시에는 남북회담을 통해 북핵문제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틈이 있었지만, 당장 남북 간 대화채널이 사라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대화론’은 공허하기만 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쟁은 자꾸 안된다고만 하지 말고 북한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이끌어내야 할 지에 대한 뚜렷한 성과나 로드맵 없이 발언을 한 것이 문제”라며 “당장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상황에서 ‘북한이 실망스럽다’고 말할 게 아니라 어떻게 떨어지고 있는 신뢰를 되찾을 지 고민하는 메세지를 내보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전략커뮤니케이션(strategic communication)도 문제다. 복수의 미국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의 메세지 채널이 혼란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 측 안보전문가는 “북한의 도발을 강력규탄하는 메세지를 보내면서도 다른 채널에서는 북한의 도발을 심각하게 바라보지 않는 등 여기저기서 다른 메세지가 나와 혼란을 자초했다”며 “트럼프 정부가 오락가락한 메세지로 언론의 질타를 받고 있듯, 문재인 정부도 메세지를 제대로 조율하지 못해 한미 간 불신이 형성된 것 같다”고 우려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8월 26일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안전보장회의(NSC)를 열 이유가 없는 수위의 도발”이라며 북한의 도발에 다소 유화적인 자세를 취했다.

한미 간 미묘한 기류를 이유로 양국 정상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고 속단하는 건 위험하다. 하지만 당장 한반도와 태평양 일대의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로부터 두 국가가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에서 양국이 발신하는 메세지를 내실있게 ‘관리’할 필요는 있다.

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