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美 ‘비핵화後’ vs 北 ‘先핵미사일’…협상테이블 ‘조건의 딜레마’
뉴스종합| 2017-10-17 12:00
미 “북한, 대화할 자세 안보여”
북 “적대시 중단없이 협상없다”
접점 못찾고 끝모를 샅바싸움

내달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순방이 한반도정세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인 가운데, 대화조건을 둘러싼 북미 간 신경전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의 핵협정 불인증을 통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ㆍ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대화조건으로 제시했다. 반면 북한은 김인룡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와 미국 내 관료들을 동원해 핵ㆍ미사일 개발 후 대화에 나설 의지를 드러냈다.

김인룡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16일(현지시간)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을 중단하지 않는 한, 핵폐기 협상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 차석대사는 이날 유엔 군축위원회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핵 위협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으면,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결코 협상테이블에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CNN방송은 북한의 한 관리를 인용해 북한이 미국 본토 동해안에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전념할 것이며, 이 목표가 달성되기 전에는 미국과의 외교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ICBM 역량을 보여주고 나서야 미국과의 대화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외교적 해법의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하고 있어 양측간 대화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북미 대화가능성을 묻는 헤럴드경제의 이메일 인터뷰에 “북한은 대화에 진지하게 임할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미국은 평화적 압박을 통해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이끌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진지한 대화자세를 암시하는 신호는 핵ㆍ미사일 시험발사 중단과 도발적 행위 중단 등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무부는 현 단계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점점 외부로부터 적은 돈을 받기 시작하면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될 것으로 믿고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과 대화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그러나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무기를 시험하는 이 시점에서 조금이라도 대화에 관심이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는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지 않다. 북한은 이 시점에서 전혀 대화에 대한 진지함의 신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북한이 진지함을 보일 때, 비핵화의 의지를 보여줄 때 우리는 북한과 앉아서 대화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15일 이란의 핵협정 준수를 인증하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과 관련해 “이는 우리가 앞으로 나쁜 합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완벽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그는 “우리는 북한에 대해 협상 테이블로 오라고 애걸하지 않을 것이고, 인센티브와 그 비슷한 것들을 통해 북한을 설득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시간 싸움’이라고 지적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결국 자기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방법을 누가 장기적으로 더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국면전환이 이뤄질 것”이라며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계속한다면 미국은 중국을 통해 압박을 계속하려고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북한은 압박 속에서도 핵탄두 장착 ICBM 완성하고 미국이 대화와 군사옵션 중 하나를 선택토록 하려고 할 것이다. 결국 시간 싸움”이라고 분석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북한이 18일 제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노리고 도발을 하면 중국도 모종의 결단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북한이 당대회를 노리고 도발을 할 것 같지는 않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지켜보며 모멘텀을 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