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習특사도 안됐는데…‘북핵 중재’ 될까
뉴스종합| 2017-12-05 12:00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 오늘 방북

-리용호 외무상·박명국 외무 부상 등 만날 듯
-전문가들 “北의 대화 복귀 명분인지 지켜봐야”
-일각 “직접대화 상대 안돼 상징 의미 그칠 것”


중국 시진핑의 특사에 이어 유엔 최고위급 인사인 제프리 펠트먼 정무담당 사무차장이 북한을 방문한다. 최근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 이후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이뤄지는 유엔의 방북에, 시진핑도 이루지 못한 중재 역할이 가능할지 관심이 모인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펠트먼 사무차장이 방북해 상호 이해와 관심사를 논의할 것”이라며 “리용호 외무상과 박명국 외무성 부상 등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자릭 대변인은 북측이 지난 9월 유엔 총회 기간 초청 의사를 전했고, 지난 주말 방북이 최종 확정됐다고 말했다.

펠트먼 사무차장은 방북에 앞서 현재 중국 베이징(北京)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방북 기간 현지에 파견된 유엔 관계자와 제3국 외교단을 만나고, 유엔 프로젝트 현장도 방문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방북은 북한이 지난달 29일 새벽 신형 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한 뒤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직후 이뤄지는 것이다. 북한은 발사 당일 정부 성명을 통해 화성-15형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이라고 주장했고,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대북 원유 공급 중단과 해상 봉쇄 등 강력한 제재 의지를 나타내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게다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평소 북한 핵ㆍ미사일 위기와 관련 ‘중재자 역할’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펠트먼 사무차장은 이번 방북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또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방북까지 성사시킬 수 있을지도 관심 거리다.

두자릭 대변인은 이와 관련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필요하면 언제든 중재 역할을 맡을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유엔 고위급 인사를 초청한 의도에 대해 “북한 입장에서도 모든 가능성을 끊으면 제재가 더욱 강화되거나 미국이 군사 행동을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며 “북한이 대화에 복귀할 명분을 쌓으려고 하는 건지, 단순히 시간을 벌기 위한 방북 초청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유엔이 북한과 직접 대화하는 상대가 아닌 만큼 이번 방북이 상징적 의미에서 그칠 거란 전망도 있다. 차 연구위원은 “(북핵 문제는) 개별 국가들의 다툼이기 때문에 유엔이 위임된 권한을 갖고 있진 않다”며 “이번 방북으로 극적 타결을 볼 순 없고 권고를 전달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유엔 고위급 인사의 방북은 지난 2010년 2월 린 파스코 유엔 사무국 정무담당 사무차장과 2011년 10월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OCHA) 발레리 아모스 국장의 방북 이후 처음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재임 시절인 2015년 5월 개성공단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북측이 돌연 방북 허가를 철회해 무산된 바 있다.

유은수 기자/ye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