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文정부 ‘통북통미’ 전략…北美 ‘쌍압박’ 돌파가 관건
뉴스종합| 2018-01-04 10:29
-文정부, 北 대화 이끌고 美 설득 과제 안아
-美 “남북관계, 북핵과 직결” 北 “우리민족끼리”

[헤럴드경제=신대원ㆍ문재연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대화국면에 들어섰지만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면서도 미국을 설득해야한다는 쉽지 않은 과제를 떠안게 됐다.

정부는 남북간 직접소통이 23개월만에 재개된 만큼 우선 신뢰를 쌓은 뒤 점진적으로 비핵화 문제까지 다뤄나간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미국은 남북관계 진전이 북핵문제와 분리된 채 진행될 수 없다며 견제하고, 북한은 노골적으로 미국을 배제한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는 등 북미로부터 ‘쌍압박’을 받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한미동맹을 강화한다는 이른바 ‘통북통미’(通北通美)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4일 “일단 평창 동계올림픽 문제에 집중하면서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과속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남북관계는 미국의 협조 없이 진전되기 어렵기 때문에 한미 간 소통도 더 긴밀히 해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내에서 남북대화 재개 움직임에 대해 싸늘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은 남북간 판문점 연락채널이 23개월만에 재개됐음에도 불구하고 냉소적인 기류가 지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 단추’ 언급에 “나는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고 맞받아친 것이 대표적이다.

백악관은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핵 버튼’ 발언을 옹호하면서 김정은의 정신상태를 걱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겨냥해 “안심한 사람이 있다면 연휴 동안 샴페인을 너무 마셔서 그럴 것”이라고 꼬집었다.

북한과의 대화에 우호적이었던 국무부도 남북대화에 회의적인 모습이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4일 헤럴드경제의 논평 요청에 “문재인 대통령이 예전에 말했듯이 남북관계 진전은 북한 핵프로그램 해결과 별도로 진척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미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지 못하는 대화는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북한은 남북관계는 민족 내부의 문제인 만큼 남북 당국이 해결한다며 압박강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에 제기되는 모든 문제는 우리민족끼리 원칙에서 풀어나가려는 확고한 입장과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밝힌데 이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3일 판문점 연락관 채널 재개를 발표할 때도 “북남관계 개선 문제가 앞으로 온 민족의 기대와 염원에 맞게 해결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북남 당국이 어떻게 책임적으로 다뤄나가는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 남북 실무회담을 시작으로 대표단 참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군사회담, 그리고 향후 적십자회담과 고위급회담 등 소통채널을 확대해나가는 동시에 미국을 상대로 설득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이와 관련,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4일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대리와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을 접견하고 남북 고위급회담 제안 배경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전날에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통화를 갖고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한미공조를 토대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