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北美, 모두 판 깨자는 것 아니야…대화 재추진할 것”
뉴스종합| 2018-05-25 17:42
-“최선희 ‘핵 대 핵 대결’ 美 자존심 건드려”

-“정상 차원 논의 안되면 다음 무대 없어”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세기의 만남’이 될 뻔 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6ㆍ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물 건너갔지만 북미대화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이후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북미가 당분간 조정기를 거쳐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25일 김 제1부상의 담화에 대해 “김 제1부상이 아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임에 따른 담화니깐 사실상 김 위원장의 뜻”이라면서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며 하고자하는 의지를 분명히 보인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김 제1부상 담화는 ‘우리 당국자들의 미국 당국자들에 대한 불만 표시고 트럼프 대통령이나 ‘트럼프 방식’에 대한 불만은 아니다, 우리는 본질에 있어서 변한 게 없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 바뀌면 연락하라고 했는데, ‘우리는 애초에 바뀐 게 없다’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고 교수는 이어 “북한이 비교적 온건하게, 또 자신들이 소통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이면서 지금 대화국면을 이어가기를 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공을 넘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판이 완전히 결렬돼 미국이 군사적 행동을 취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트럼프 대통령도 서한에서 김 위원장에게 친애한다는 표현을 쓰고 여지를 남겼다”며 “북한으로서는 오히려 편한 마음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은 아직 단칼에 모든 비핵화를 하겠다는 결심이 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한번 고비를 겪더라도 좀 차분하게 하자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것과 관련해선 “이란 핵합의를 깬 상황에서 이란 핵합의보다 못한 북핵합의가 나온다면 어떻게 책임을 감당하겠느냐”면서 “6월12일까지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때까지 합의가 어려우니 미봉책으로 정치적 타격을 받느니 뒤로 미루자고 판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 교수는 이와 관련,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담화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난하면서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며 ‘핵 대 핵 대결장’에서 만나자는 식으로 힘자랑을 했는데, 미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얘기”라며 말했다.

이들은 북미가 당분간 조정국면을 거친 뒤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소장은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다시 북미대화가 추진될 것으로 본다”며 “한반도의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비핵화문제ㆍ체제안전 문제를 정상들이 직접 논의하는데 여기서 안되면 의제도, 형식도 다음 무대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북한과 미국이 서로 어느 부분을 중시하고 강조하는지 파악하게 된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굴곡도 있고 어려움도 있겠지만 다시 정비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 교수는 “북미가 다시 갈 텐데 예정된 일정대로 가느냐, 아니면 연기하느냐는 북한이 가져오는 안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미국이 원하는 안을 갖고 오면 쉽게 가겠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안을 내밀면 냉각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홍 위원은 “북미정상회담 날짜를 너무 빠르게 잡은 측면이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언제든 전화ㆍ편지하라 하고 북한도 대화 용의를 밝힌 만큼 모두 판을 깨자는 것은 아니다. 날짜는 새로 잡을 수 있겠지만 판이 깨진 것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