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남북 이어 북미정상회담 맹활약
-싱가포르, 장소ㆍ의전ㆍ경호 지원 눈길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인 6ㆍ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갖고 합의문에 서명하기까지 두 정상 뒤에는 수많은 조연들의 노력이 있었다.
북미정상회담은 지난 3월8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이 평양 방문 직후 워싱턴을 찾아 김 위원장의 만남과 비핵화의지를 전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즉석에서 이를 수락하면서 본격화됐다.
그러나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이유로 돌연 남북대화를 연기하는가하면 미 대북강경파의 리비아식 해법에 반발해 북미정상회담을 엎을 수 있다고 위협하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취소를 선언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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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ㆍ폼페이오, 워싱턴ㆍ평양 오가며 조율=이 과정에서 북미 관계자들은 막후에서 대화를 이어가며 꺼져가던 불씨를 살려냈고, 결국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성사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일등공신은 단연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었다.
김영철과 폼페이오 장관은 각각 한 차례와 두 차례 미국과 북한을 오가며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북미 간 신뢰를 구축하고 양측의 간극을 좁히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의 위상은 이날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확대정상회담 때 각각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바로 오른편과 왼편에 앉아 마주본 채 두 정상을 보좌한 장면에서도 확인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 뒤 합의문 서명식에서 “이 문서에 서명하고 이렇게 만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선의를 갖고 노력했고 많은 준비작업이 있었다. 양측의 그런 작업을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폼페이오 장관뿐 아니라 북측 여러 참여자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며 폼페이오 장관을 콕 집어 언급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도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에서 맹활약했다.
김여정은 특히 두 정상의 공동합의문 서명식 때 김 위원장 바로 곁에서 문서와 펜을 챙기며 오빠를 보좌했다. 미국 측에서 이 역할을 맡은 것은 폼페이오 장관이었다.
반면 잇단 초강경발언으로 북한의 반발을 샀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결과적으로 확대정상회담에 참석하기는 했으나 의도적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좌초시키려했다는 의혹을 사면서 회담 진행 과정에서 배제되는 모습이었다.
▷최선희ㆍ성김, 판문점ㆍ싱가포르서 합의문 조율=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성김 필리핀주재 미국대사도 빼놓을 수 없다. 북미 양측의 대표적인 북핵협상 전문가인 두 사람은 민감한 정상회담 의제를 놓고 지난달 27일부터 6일까지 판문점에서 6차례 접촉을 가진데 이어 회담 전날인 11일 싱가포르로 무대를 옮겨 심야까지 마라톤협의를 계속했다.
북미 간 현격한 국력 차이와 두 정상 간 적잖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깔끔한 의전을 연출한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과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도 자신들의 역할을 100% 이상 수행했다는 평가다.
양국의 의전 분야 베테랑인 두 사람은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보름 전인 지난달 28일부터 싱가포르 현지에서 직접 세세한 부분을 챙겨가며 치밀한 조율작업을 벌였다.
싱가포르는 전세계의 눈과 귀가 쏠린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장소 제공을 비롯해 의전ㆍ경호ㆍ통신ㆍ언론 지원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과 각각 별도 회담을 가진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북한 측 일부 경비를 포함한 북미정상회담 비용 2000만 싱가포르달러(약 161억원)를 기꺼이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의 또 다른 주역이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을 비롯한 각고의 노력을 통해 불가능하게만 여겨졌던 북미정상회담을 현실화시켰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이 최근 언론인터뷰를 통해 “문 대통령이 지금껏 어떤 일들을 이뤄냈는지 보라”면서 “지금까지 과정에서 진짜 영웅은 문 대통령”이라고 언급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문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을 압축적으로 대변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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