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친서불구 기대에 미흡
비핵화 보상 불만 표출” 분석
북미가 정상회담 이후 첫 비핵화 협상에서 팽팽한 입장차만 확인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잠행에 들어간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4~5일 진행된 남북통일농구경기 참석차 방북한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물론, 6~7일 비핵화협상을 위해 평양을 찾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만나지 않았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갔음에도 김 위원장이 만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과 5월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했을 때는 두 차례 모두 면담을 가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방문을 마친 뒤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절대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미 국무부는 앞서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 지도자와 그의 팀을 만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이 ‘민족 최대의 추모의 날’로 기리는 김일성 주석의 24주기인 8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참배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최룡해ㆍ김영철 당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총리 등 당ㆍ정ㆍ군 고위간부들만 자리했을 뿐이다.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김 위원장의 공개행보는 지난 1일과 2일 신의주를 방문해 화장품공장과 방직공장, 화학섬유공장 등을 현지지도한 게 마지막이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잠행과 관련해 지방 현지지도중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와 관련, 김영철은 지난 5일 조 장관의 환담에서 김 위원장의 남북통일농구경기 불참 소식을 전하면서 “지금 우리 국무위원장께서 지방 현지지도길에 계시다. 먼길에”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앞서 미국이 제시할 카드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김 위원장과의 면담은 없을 것이란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실제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방문 결과에 대해 낙담한 분위기다. 외무성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떠난 직후 담화를 통해 미국의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를 거론해가며 “회담 결과는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규정했다.
김 위원장의 폼페이오 장관 면담 거부가 비핵화에 대한 보상 미흡과 이에 따른 불만 표출이라고 해석가능한 대목이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의 잠행을 두고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대미강경태도를 주문했기 때문이란 해석과 잇단 정상회담으로 김 위원장의 행보가 지속 노출된 상황에서 나름 관리에 들어간 것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