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안중근 의사 유해찾기 본격화…남북 합의하면 지표투과조사 가능할듯
뉴스종합| 2018-08-17 08:22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을 맞아 방한한 안중근 의사의 증손자 토니 안씨가 14일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안중근 의사 대형 좌상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보훈처, 외교부, 통일부 안중근 의사 유해찾기 협의
-매장 추정지는 뤼순 감옥 묘지, 원보산, 中발굴지역 등 3곳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정부가 안중근 의사 유해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정부는 안 의사가 순국 당시 관에 안치돼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북한과 공동으로 지표투과레이더(GPR) 조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측은 안 의사가 황해도 해주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GPR조사를 하려면 북한과 협의하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남북회담에서 안 의사 유해 공동발굴을 제안할 예정이다. 중국은 물론, 일본의 협조도 끌어내기 위해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남북 공동사업으로 안 의사 유해발굴 사업 추진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국가보훈처를 중심으로 추진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17일 보훈처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추진단’ 회의를 열어 안 의사 유해발굴을 위한 세부 추진계획을 협의한다.

이 회의에는 보훈처와 외교부, 통일부의 국장급 또는 과장급이 참석한다.

정부는 이 회의에서 안 의사 유해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지역 3곳에 대한 남북 공동조사와 발굴작업에 대비할 예정이다. 또 북한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에서 수집한 자료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보훈처는 통일부 측에 남북회담 때 안 의사 공동 유해발굴을 주요 의제로 상정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05~2007년 남북한 실무접촉과 남북공동조사단의 뤼순 현지 조사가 열렸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안 의사 유해 매장 추정지로는 중국 다롄의 뤼순 감옥 묘지, 원보산지역, 그 지역 인근 중국 단독발굴지역 등 3곳이 꼽힌다.

이 가운데 뤼순 감옥 묘지는 둥산포(東山坡:동쪽산 언덕)로도 불리는데 당시 뤼순 감옥 의무관과 현지 중국 역사 연구가 등이 매장 추정지로 지목했다. 이 일대는 2001년 1월 중국이 ‘전국중점문물보호단위’ 구역으로 지정했다.

원보산 지역은 뤼순 감옥 소장 딸인 이마이 후사코의 증언에 따라 2006년 6월 남북공동조사단 등이 매장 추정지로 지목해 2008년 3~4월 발굴했으나 유해를 찾지 못했다. 현재 이곳에는 아파트가 들어섰다.

중국은 뤼순 감옥 박물관 주차장 경영자 증언을 바탕으로 2008년 10월 원보산 인근 제3의 지역에서 단독 발굴 작업을 했으나 안 의사 유해는 나오지 않았다.

보훈처는 일본이 안 의사 순국 당시 관에 시신을 넣어 매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2014년 중국 측에 해당 지역에 대한 GPR 조사를 요청했으나 아직 허용되지 않고 있다.

중국 측은 안 의사의 고향이 황해도 해주라는 점을 들어 유해 연고권을 주장하는 북한의 입장을 살펴 GPR 조사 허용을 꺼린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중국은 북한과 협의해 의견을 달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훈처는 안 의사 유해 매장 추정지역 검증 및 의견 수렴을 위한 학술회의와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증언으로만 거론됐던 안 의사 유해 매장 추정지에 대한 학술적 검증 및 종합적 판단을 통해 GPR 조사 위치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보훈처는 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탐사개발연구실 측과 GPR 조사 여부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일본 측에 주요 문서보관소에 소장된 안 의사 사형집행 및 매장 추정지와 관련한 자료를 적극 요청하기로 했다. 그동안 일본, 중국, 러시아 측에 안 의사 사형집행 관련 자료를 요청해왔으나 지금까지 받은 자료에서는 결정적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중국 측에도 뤼순 감옥묘지 GPR 조사 및 다롄시 당안관(기록보관소) 소장 자료조사 추진에 대한 중국 측의 입장을 타진하고 외교적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안 의사는 사형집행 전 두 동생에게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뒀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주최한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서 “독립운동은 오늘 대한민국을 있게 한 힘이자 정신”이라며 “내년 3.1 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정부는 북한과 공동사업으로 안중근 의사의 유해발굴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