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남북, DMZ 매설 지뢰제거 논의…100만여발 제거하면 도로, 철도 복원가능
뉴스종합| 2018-09-16 10:16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부산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2018 부산비엔날레’를 찾아 민중미술가 류연복과 김용태 작가의 작품 ‘DMZ’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공동 유해발굴 지역은 ‘철의 삼각지’ 유력
-지뢰 제거하면 3번 국도, 경원선 복원 가시화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남북 군사당국이 18~20일 평양 정상회담을 앞두고 ‘포괄적 군사분야 합의서’ 문안의 최종 조율에 들어가 지난 4.27 판문점 선언을 이을 또 하나의 중대한 남북 합의를 이끌어낼 거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노무현 참여정부 때인 지난 2004년 제2차 장성급 군사회담을 통해 남북은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와 관련한 조치들에 합의한 바 있다. 허나 이번에 논의되는 남북 군사협력 사안들은 당시 합의를 뛰어넘는다는 견해가 많다.

이번에는 양측이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의지가 커 정상회담까지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남북 역사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남북은 4.27 판문점 선언 이후 양측이 꾸준히 논의해왔던 군사분야 항목에 대한 이행 시기와 방법 등을 담은 군사 합의서 초안을 상호 교환해 문안을 정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적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의 막바지 단계라는 전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군사 합의서는 우리 국방부 장관과 북한 인민무력상이 서명해 채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합의서는 육해공 3면에서 남북간 적대행위 중지를 명문화한 4.27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인 셈이다.

이러한 군사 합의서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채택될 경우 사실상의 남북간 종전선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에서 채택될 포괄적 군사분야 합의서에는 비무장지대(DMZ) 적대행위 중지와 군사협력 사안 추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적대행위 중지 및 평화수역 조성, 초보적 군비통제 실행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DMZ와 서해 NLL 일대 해법이 담긴다는 점에서 남북간 가장 민감한 군사쟁점 논란이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지난 13~14일 판문점에서 무려 17시간의 마라톤 대령급 군사실무회담을 갖고, DMZ내 GP(감시초소) 시범철수와 DMZ 유해공동발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의 군사협력 방안에 사실상 합의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르면 연내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GP 시범철수와 관련해서는 DMZ 안으로 1㎞ 거리까지 들어와 있는 GP부터 철거하기로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각각 10여 개가량 된다. 일단 시범 철수해 문제점을 확인한 뒤 DMZ 내 모든 GP의 철수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JSA 비무장화는 남북 경계병력이 권총과 소총 등으로 무장하지 않음은 물론 1976년 발생한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이전처럼 JSA 내에서는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방안에 양측이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합의는 JSA 내 남북간 왕래가 전면 금지돼 있고, 왕래를 위해서는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 현재로서는 상당히 파격적 내용이다.

6.25전쟁 전사자들이 묻혀 있는 DMZ내 공동 유해발굴은 남측 철원과 김화, 북측 평강을 잇는 이른바 ‘철의 삼각지’가 유력한 것으로 거론된다. 철의 삼각지는 백마고지 전투와 지형능선 전투 등이 있었던 6.25 전쟁 최대 격전지인 데다 궁예도성 유적지도 있어 공동 유해발굴과 함께 유적발굴도 가능한 지역이다. 이렇게 되면 과거 피로 물들었던 철의 삼각지가 훗날 남북간 평화의 첫 발을 떼게 하는 상징적 장소가 될 전망이다.

남북은 철의 삼각지 중에서도 6.25 전쟁 전사자 유해가 많고 발굴이 용이한 백마고지 등을 골라 시범적으로 작업한 뒤 발굴지역을 확대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해와 문화재 발굴에 앞서 지뢰 제거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남북은 이미 서부와 동부전선에서 지뢰를 제거해 서해지구와 동해지구의 남북관리구역을 각각 설치한 바 있다. 이런 관리구역 추가 설치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0만여 발의 지뢰가 매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DMZ에서 지뢰를 단계적으로 제거하면 한반도 중앙을 관통하는 3번 국도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사업과 서울-원산간 경원선 철도 복원사업의 토대가 마련된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8.15 경축사에서 밝힌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과도 연결된다.

이런 조치를 바탕으로 향후 남북이 대인지뢰금지협약인 오타와 협약에 동시 가입하면서 현재의 합의를 과거로 다시 되돌리지 못하도록 하는 국제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DMZ를 기준으로 남북간 10~20㎞ 지역을 완충지대로 설정해 군용기 및 정찰비행 금지와 군사훈련 중지 등 훈련이나 부대 이동이 있을 때는 상호 통지하는 초보적 형태의 군비통제 방안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전방 남북한 작전부대를 비롯한 국방부와 인민무력성, 합참과 북한군 총참모부 간의 핫라인(직통전화) 설치 필요성도 제기된 가운데 남북이 최종 합의에 이를지도 주목된다.

남북이 서해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묘수를 찾아 합의에 이를지도 관심이다.

남북은 이번 군사실무회담에서 서해 평화수역 조성의 준비 단계로 NLL 일대에 함정 출입과 해상사격훈련을 금지하는 완충지대 설치 방안을 논의했다.

NLL 일대에 함정 출입과 사격훈련을 금지하는 구역을 설정하고, 이어 남북공동어로 가능 구역을 설정하는 등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조성한다는 방안이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