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특별기고-진기훈 투르크메니스탄 대사] 新실크로드 심장, 부상하는 투르크메니스탄
뉴스종합| 2019-02-14 11:41
투르크메니스탄이 자랑하는 세계문화 유산 중에는 가장 완벽했다던 고대 도시 메르브가 있다. 메르브는 고대 비단길의 요충지로서 중앙아시아와 이란, 카스피해를 이어 주는 오아시스 상의 거점 도시였다. 중세에는 모든 도시의 어머니로서 모든 길은 메르브로 통한다고 알려질 만큼 번성했다고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잊혀졌던 메르브가 다시 세계의 주목받게 된 것은 천연가스 덕분이다. 메르브 일대에서 세계 2위 규모인 갈키니쉬 가스전이 발견된 것이다. 투르크메니스탄이 세계 4위 천연가스 보유국이고, 메르브 주변이 집중 매장지란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8세기 초 혜초대사가 다녀간 메르브 일대에 우리 기업이 진출한 것은 2009년께다. 카라쿰 사막 한가운데 있는 가스전에 탈황시설을 건설하는 역사적인 1차 갈키니쉬 가스전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이렇게 개발된 가스는 대부분 중국으로 수출되면서 투르크메니스탄 경제부흥의 초석이 됐다. 지금 투르크메니스탄은 1인당 국민소득 6000달러를 상회한다. 수도ㆍ전기도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고 있다. 수도 아시가바트는 하얀 대리석 건물이 제일 많아 기네스북에 오른 현대식 도시로 빛난다. 천연가스가 도왔고 우리 기업이 동참했던 ‘카라쿰 사막의 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기업은 가스전 개발로 기술력과 신용을 높이 평가받게 됐다. 이어 대규모 가스화학 플랜트도 수주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10월 준공된 키얀리 폴리머 플랜트는 그 좋은 예다. 천연가스를 이용해 폴리프로필렌 등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해 수출하자는 가스산업 고도화에 우리 기업이 기여하고 있다.

한편 올드 메르브 인근의 현대 도시인 마리에는 우리 정부가 지원하는 가스직업훈련원 설립 공사가 진행 중이다. 2년 과정으로 기계 제어ㆍ컴퓨터 등 가스화학 플랜트 운영에 필요한 기술을 전수해 산업 역군을 양성할 계획이다. 가스 수출로가 다변화 하면 전문인력 수요가 급증할 것을 염두에 둔 개도국 능력배양 지원사업이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중국 전체 천연가스 수입량의 약 3분의1을 공급하는 가스 수출 대국이다. 나아가 투르크메니스탄은 TAPI 가스파이프라인 사업을 통해 아프간ㆍ파키스탄ㆍ인도로의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카스피해를 지나 유럽으로의 수출 길도 모색 중이다. 가스파이프 라인 건설은 이해관계가 복잡해 열강 간 ‘뉴그레이트 게임’이 되고 있다. 중국ㆍ이란ㆍ러시아 등 기존 고객은 물론 유럽연합이나 인도 등도 에너지 안보를 위해 투르크메니스탄 가스를 도입하고자 치열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투르크메니스탄의 천연가스 개발과 수출이 가속화하면서 가스화학 분야 첨단 기술을 보유한 우리와의 협력 여지가 매우 크다. 유라시아 에너지ㆍ물류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투르크메니스탄의 ‘실크로드 심장’ 정책은 우리의 신(新)북방정책과도 일맥상통한다. 양국이 미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긴밀한 관계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이유다.

언젠가 갈키니쉬의 천연가스가 한반도에 도입되고, 유라시아 철로를 이용해 올드 메르브를 여행할 날이 오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기해년 새해에는 가스 자원 부국인 투르크와의 협력관계가 가일층 발전하기를 소망한다.

진기훈 투르크메니스탄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