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北, 반세기만에 푸에블로호 美 반환 가능할까
뉴스종합| 2019-02-15 18:18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한이 지난 1968년 나포해 대미항전 승전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미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반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북한 평양에 전시된 푸에블로호. [연합]


-“푸에블로호 반환은 대결시대 종식 신호”
-북미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한이 나포해 ‘대미항전’ 승전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미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반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른바 ‘푸에블로호 사건’은 북한 해군이 지난 1968년 1월23일 원산 앞바다 해상에서 첩보수집 임무를 수행중이던 미 해군 함정 푸에블로호를 영해 침범을 이유로 나포한 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으로 북미 간에는 한때 첨예한 군사적 긴장이 조성되기도 했으나 1년여에 가까운 협상 끝에 북한이 같은 해 12월23일 335일만에 나포 당시 사망한 승무원 1명의 시신과 82명의 선원을 판문점을 통해 돌려보내면서 일단락됐다. 북한은 그러나 함정은 반환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후 푸에블로호를 원산항에 격리 보관해오다 1995년부터 관람용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1999년 함정을 평양으로 옮겨온 뒤, 관련 영화와 소설 등 예술작품으로 제작하는 등 푸에블로호를 대미승전과 반미 선전도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북한은 현재까지도 승무원 송환 당시 미 정부로부터 받은 문서를 ‘미국의 사죄문’이라며 대미승전 전리품으로 삼고 있다.

푸에블로호 사건은 북미관계는 물론 한반도정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6ㆍ25전쟁 이후 북미가 직접 충돌한 첫 번째 사례이자 직접 대화ㆍ협상에 나선 첫 계기였다. 미 군함 나포라는 초유의 사태는 국제적 이슈로 부각됐다. 북한의 ‘통미봉남’, ‘벼랑끝 외교’, ‘살라미 전술’ 등 최근까지 이어진 대미 전략전술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미국에게는 정치외교적으로 치욕에 가까운 아픈 기억을 남겼으며, 북한이 푸에블로호의 암호체계와 장비를 구 소련에 넘기는 바람에 군사적으로도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반세기만에 푸에블로호 반환 가능성이 대두된 것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계기가 됐다. 대북소식통은 16일 “북미가 이미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했는데 북한의 푸에블로호 반환 없는 북미관계 정상화는 불가능하다”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직접 의제로 다뤄지지 않더라도 회담을 전후해 이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푸에블로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임석훈 대한민국비상계획관협회 기획이사는 “북한이 대미항전 승전의 상징으로 삼고 있는 푸에블로호를 반환한다면 북미 간 대결의 시대를 종식하고 화합의 시대로 나아가겠다는 의미가 될 것”이라며 “북미관계가 새로운 시대로 들어섰다는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도 푸에블로호 반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기류다. 스콧 팁턴 미 하원의원은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푸에블로호 반환을 요구해야한다고 촉구했다. 팁턴 의원은 서한에서 “푸에블로호는 여전히 나포 상태인 유일한 미 해군 선박”이라며 “이제는 본국인 미국으로 돌아올 시간이 됐다”고 강조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