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오락가락 北美…입지 좁아진 韓
뉴스종합| 2019-03-26 10:24
-“美, 韓 불신 심각…하노이 결과 왜곡 의구심”
-北 남북연락사무소ㆍ美 제재압박 메시지 혼선

북미 간 2차 핵담판 불발 이후 북미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는 가운데 지난 19일 급거 귀국했던 중국과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23일 중국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다.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와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이날 오전 평양발 고려항공편으로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해 일반 통로로 나와 북한 대사관에서 준비해둔 차량으로 빠져나갔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과 미국이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북미가 갈지자(字) 행보를 걷는 사이 중재자ㆍ촉진자 역할을 자임하는 한국의 입지는 급격히 축소된 모습이다.

특히 한미간 불협화음이 예사롭지 않다. 남북미 협상과정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26일 “그나마 수위조절된 표현들이 드러나고 있는데 미국 내 한국에 대한 불신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미국 내에서는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이 비핵화 의지는 보이지 않으면서 과도한 요구를 했기 때문에 합의가 어렵게 됐다는 판단을 한국이 의도적으로 왜곡하려한다는 불만이 강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문제는 북미 간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한치 양보없는 기싸움을 펼치고 있는 형국에서 한국이 취할 마땅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북미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노정에서 중대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마무리된 뒤 서로에게 정제되지 못한 듯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애초 미국은 2차 북미회담 이후 외교안보라인 핵심인사들이 총출동하다시피하며 대북 최대압박을 예고했다. ‘슈퍼 매파’로 불리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최대압박으로 ‘진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돌연 추가 제재 철회 지시를 내리면서 다시 원점으로 회귀한 모습이다.

북한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전격 철수했다 복귀하는 등 언뜻 납득하기 어려운 움직임을 보였다. 북한은 지난 22일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한다고 밝혔지만, 불과 사흘만인 25일 ‘공동연락사무소가 북남(남북)공동선언의 지향에 맞게 사업을 잘 해나가야 한다’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복귀했다. 북한의 철수와 복귀 배경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제재 철회 지시와의 연관성에 주목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새로운 대규모 제재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분위기가 호전됐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제재 철회 지시와 북한의 연락사무소 복귀를 묶어 “비록 두 움직임이 연관된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북한에 대한 추가 대규모 제재를 철회하라고 지시한 지 이틀만에 북한 인사들이 연락사무소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북미간 기싸움이 치열해지는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한국이 전략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과 미국이 대화의 틀은 벗어나지 않되 자기 입장은 양보하지 않으려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성공적 대화 재개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며 “한국 정부도 현실에 기반해 새출발을 해야한다”고 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내세운 ‘조선반도 비핵화’는 사실상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비핵화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를 누군가 의도적으로 또는 무지에 의해 왜곡해온 측면이 있다”며 “한국으로서는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10년, 20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