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행정부 ‘예정된 제재’ 해명 거짓 논란
-포스트 하노이 전략, 트럼프ㆍ참모 엇박자
블룸버그 통신이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철회를 지시한 대북제재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새로운 내용이 아닌 이미 발표된 중국 해운사 2곳을 대상으로 한 제재라고 보도하면서 미국 내 대북제재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 철회 지시와 함께 논란을 부른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 인정 포고령에 서명하는 모습. [AP]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간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미국의 전략이 채 정비되지 못한 모습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대북제재 철회 지시를 둘러싼 여진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트위터를 통해 철회를 지시한 대북제재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새로운 내용이 아닌 앞서 21일 발표된 재무부의 중국 해운사 2곳을 대상으로 한 제재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 보도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철회 지시가 이미 이뤄진 제재가 아니라 조만간 예정된 추가제재를 가리킨다는 미 행정부의 해명은 거짓이 되는 셈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해운사 2곳에 대한 재무부의 제재를 뒤집을 생각이었으나 행정부 당국자들이 설득해 막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행정부 당국자들이 상황 수습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에 대해 ‘호도하는 설명’을 내놓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정작 당시 논의되던 추가 대북제재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무부 당국자들이 트럼프 대통령 트윗에 경악했다며 “이번 트윗은 미국의 제재 노력 전체를 약화하고 그저 북한 김정은 체제에만 이득을 안겨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추가 대북제재를 놓고 혼돈에 빠진 듯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애초 미국은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북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물론 북미협상을 진두지휘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외교안보라인 핵심인사들을 총동원해 대북 최대압박을 예고했다. 이후 미 재무부는 21일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중국 해운사 2곳을 제재명단에 새로 추가하며 대북압박의 고삐를 풀지 않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옮겼다. 재무부의 조치는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의 첫 독자 대북제재로 큰 관심을 모았다.
제재는 볼턴 보좌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주 국가안보회의(NSC)에 제재 문제가 의제로 올라왔을 때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대행의 국가안보참모인 로버트 블레어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하지 않을 것 같다고 경고했으나 볼턴 보좌관이 자신이 대통령을 더 잘 안다며 강행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곧바로 문제의 트윗을 날림으로써 볼턴 보좌관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전면에 나섰던 볼턴 보좌관은 이후 북한문제에 있어서 한발짝 뒤로 물러난 모양새다.
미국 내에서는 이번 일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즉흥적인 스타일에 대한 우려와 함께 대북압박전선 약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우려와 비판은 민주당 뿐 아니라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제기된다. 코리 가드너(공화당) 상원 외교위원회 산하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은 이날 ‘2차 북미정상회담 후 미국의 대북정책’을 주제로 열린 청문회에서 “미 재무부가 법에 따라 발표한 이후 대통령에 의해 제재가 포기됐다”며 “외교위는 미국이 우리의 정책을 계속 바꾸는데 대해 더 큰 실망감을 가져야한다”고 비판했다.
미 행정부는 대북제재와 압박 지속을 재확인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대북철회 지시에 대해서는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목표 달성까지 제재 이행과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의 트윗과 관련한 질문이 이어지자 “재무부에 물어보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