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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5억달러 돈세탁 연루 北·中 33명 기소…北·中 동시 경고
뉴스종합| 2020-05-29 08:38
미국 법무부는 28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지원을 위한 25억달러 규모의 돈세탁에 연루된 혐의로 북한인 28명과 중국인 5명을 기소한 사실을 공개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미국이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지원을 위한 25억달러 규모의 돈세탁에 연루된 혐의로 북한과 중국 국적 33명을 기소했다. 북미협상 교착과 미중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겨냥한 경고의 의미로 풀이된다.

미 법무부는 28일(현지시간) 250여개의 유령회사와 북한의 외환거래를 담당하는 조선무역은행(FTB)이 세계 각국에 세운 비밀지점을 통해 불법거래를 벌인 혐의로 북한 국적 28명과 중국 국적 5명을 기소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들은 조선무역은행 대리인으로 활동하면서 불법거래한 자금을 북한의 WMD 프로그램 지원에 사용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철만, 김성의 전 조선무역은행 총재와 한웅, 리정남 전 부총재 등이 포함됐다. 미국이 기소한 북한 제재 위반 사건 가운데 역대 최대규모다. 앞서 미 재무부는 지난 2013년 조선무역은행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데 이어 관련 인사와 단체를 추가 독자제재 목록에 올린 바 있다.

미 법무부는 이들이 중국과 러시아, 오스트리아, 리비아, 쿠웨이트, 태국 등지에서 유령회사와 조선무역은행 비밀지점을 통해 미 달러와 금융망을 이용해 돈세탁을 벌인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은 불법 활동에 미 달러를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 은행법과 긴급경제권한법 등을 적용하고 있다.

기소가 이뤄진 것은 지난 2월5일인데, 미 법무부가 석달이나 지나 기소 내용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각에선 북한 제재 위반 관련 추가 기소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기소 대상 대부분이 북한과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만큼 실제 형사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북한의 제재 위반 혐의와 관련해 북한과 중국 국적자를 무더기로 기소한 것 자체가 미국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마이클 셔윈 워싱턴DC 연방검사장 대행은 “이번 기소는 미국의 금융망에 불법적으로 접근하려는 북한의 능력을 방해하고 불법 WMD 프로그램 증강을 위한 불법적 행위로 이득을 얻으려는 능력을 제한하는 데 미국이 전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법무부의 이번 조치는 북미협상이 장기 교착된 상황에서 WMD 프로그램 개발과 제재회피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과 무역분쟁,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술기업을 둘러싼 마찰, 홍콩 국가보안법 공방 등 미중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신냉전’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중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담겼다는 평가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