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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워킹그룹 바꿀 생각 없다”…‘대화 생각 없다’는 北에 강경
뉴스종합| 2020-07-08 11:19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오른쪽)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특별대표를 겸하고 있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방한해 한국과 대북 공조 방안을 논의했지만, 한국의 북미 대화를 위한 중재 노력은 좀처럼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 정부는 앞서 미국 측에 한미 워킹그룹 조정 필요성을 전달했지만, 미국 측은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워킹그룹 조정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부장관은 8일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잇따라 만나 한미 워킹그룹의 운영 방식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국내에서 여권을 중심으로 “한미 워킹그룹을 폐지 또는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해지며 외교부는 이날 대화에서 한미 워킹그룹에 대한 국내 우려를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측은 만남에 앞서 이미 외교채널을 통해 대북제재 완화를 위한 한미 워킹그룹 수정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미국 측 외교 소식통은 “최근 북한의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이 본부장이 방미해 비건 장관을 만났을 당시 한미 워킹그룹의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그러나 미국은 대북제재 완화를 위한 워킹그룹 수정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이미 내놨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 국무부는 비건 부장관의 방한에 맞춰 지난 7일 “(한미 양국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위한 공조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그간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국제사회 차원의 제재 이행을 강조했는데, 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 상황에서도 기본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 협력에 방해가 된다는 여권 내 우려와 달리, 정부 내에서도 한미 워킹그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는 상황이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제재 이행 틀 속에서 남북 협력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워킹그룹 출범을 먼저 제안한 것은 한국”이라며 “워킹그룹은 남북 협력을 진행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로, 남북 협력을 미국에 허락받기 위해 만들어진 방해물이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지난 2일 진행한 내신 브리핑에서 “외교부로서는 (한미) 워킹그룹이 상당히 유용하게 작동해 왔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면서도 “국내에서 (한미 워킹그룹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 본부장의 방미 당시 미국 측과 그런 문제 의식을 공유했고, 어떻게 (워킹그룹) 운영 방식을 개선하고 그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한편,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두고 “미국과 마주앉을 생각이 없다”며 대화를 거부한 북한은 “한미실무그룹은 남북관계의 족쇄가 되었다”며 한국과 미국이 먼저 워킹그룹을 해체해야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한미실무그룹의 틀에 빠져 남북선언들을 이행할 수 있는 많은 시간을 그냥 허비한 결과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물론 남북관계를 완전히 말아먹게 되었다”며 한미 워킹그룹 폐지를 주장했다. 유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