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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러 폭격기 카디즈 진입에 대응출격 “차단기동·경고방송 실시”
뉴스종합| 2020-08-20 10:02
지난 17일 미 폭격기 B-1B가 주일 미 공군 F-15C, 미 해군 F/A-18 슈퍼호넷, 미 해병대 F-35B 호위를 받으며 한반도 근해를 비행하고 있다.[사진=미공군홈페이지]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지난 18일부터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공군이 지난 19일 러시아 군용기 6대가 동해상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진입해 대응 출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군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기는 전날 오전 20분가량 독도 동해상 인근 카디즈 내 한일 방공 중첩구역을 따라 남하하다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자디즈)으로 빠져나갔다.

이에 우리 군은 즉각 F-15K 등 전투기 수 대를 출격시켜 대응 조치를 취했다.

군 관계자는 “우리 전투기가 긴급 출격해 차단기동과 함께 경고방송을 하는 등 정상적인 전술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전투기들도 출격해 경계 비행을 펼쳤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 러시아 공군의 투폴례프(Tu)-95MS 전략폭격기 2대가 전날 동해와 태평양 북서부 공해 상공에서 정례비행을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러시아 전폭기의 전체 비행시간은 7시간 이상이었으며, 일부 비행 구간에서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전투기들이 러시아 폭격기들을 상대로 경계 비행을 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전폭기가 동해상 인근을 비행한 것은 지난 17일 미군의 전략폭격기인 B-1B ‘랜서’ 4대, B-2 ‘스피릿’ 2대 등이 한반도 근해에 출격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분석된다.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는 19일 미 공군 전폭기 6대가 지난 17일 미국 본토와 괌에서 출격해 대한해협과 일본 인근 상공을 비행했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은 미일연합훈련의 일환인 것으로 확인됐다.

B-1B 2대는 미국 텍사스 다이스 공군기지에서, 다른 2대는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각각 출격했다. 다이스 기지에서 출발한 B-1B 2대가 먼저 도착해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F-15J 전투기와 연합훈련을 했고, 이어 B-1B 2대가 추가 합류했다. 여기에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있던 미 공군 F-15C 전투기 4대와 이와쿠니 기지의 미 해병대 F-35B,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F/A-18 수퍼호넷 전투기 등도 참여했다. B-2는 인도양의 영국령 디에고가르시아 미군기지에서 출발해 한반도 근해까지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러시아는 카디즈를 비롯한 각 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군 당국은 지난해 10월에도 러시아 군용기가 수 차례 카디즈를 진입하자 항의했지만, 당시 러시아 측은 ‘영공 침범이 아니면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지난해 7월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 A-50이 독도 영공을 침범했을 때 경고방송 후 360여발의 기관총을 발사하며 대응한 바 있다. 외국 군용기가 영공을 침범한 것은 6.25 전쟁 이후 이때가 처음이고, 우리 군 전투기가 대응 사격을 한 것도 처음이다.

한편,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 카디즈 침범에 대해 “러시아 장거리비행단 소속 조종사들은 정기적으로 북극과 북대서양, 흑해, 발트해, 태평양 등의 공해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공중-우주군 소속 군용기들의 모든 비행은 공중 이용에 관한 국제법 규정들을 철저히 준수하는 가운데 이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공군은 지난 17일 폭격기 출격과 관련해 “이번 임무는 언제, 어디서든 전 지구적으로 전투사령부 지휘관들에게 치명적이고, 준비된, 장거리 공격 옵션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