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족 “潘, 면담서 제안…구체적 방법 등도 알려줘”
“潘 ‘협업 제안’ 긍정적…웜비어 가족과 연대할 것”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던 중 침통한 표정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병국·신주희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을 만나 북한에서 고문을 받다 숨진 오토 웜비어의 유족과 연대를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공무원 A(47)씨의 친형 이래진(54)씨는 6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반 전 총장의 협업 제안에 따라 웜비어 가족과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오토웜비어재단에 접촉하는 등 협업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은 이씨의 요청에 따라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반기문재단 사무실에서 면담을 진행했다. 반 전 총장은 이외에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유엔 조사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유족은 웜비어 유족과 협업을 통해 민간인 사살, 시신 소각 등 북한의 야만성에 대한 국제사회 여론을 환기해 정부와 북한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향후 진행되는 법적 절차에 대한 도움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버지니아대 학생으로 2015년 말 북한을 방문한 웜비어는 17개월 동안 억류·감금됐다가 식물인간 상태로 풀려났다. 2017년 6월 13일 미국으로 송환됐으나, 엿새 후 사망했다. 2018년 12월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의료진의 소견을 바탕으로 웜비어가 전기 충격, 펜치 가격, 물고문 등으로 추정되는 산소 공급 중단 등의 방법으로 고문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법원은 웜비어의 억류·고문·사망에 대한 책임을 물어 북한 정부가 웜비어 가족에게 5억113만달러(약 5643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달 29일 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던 이씨는 이날 오전 유엔 북한인권사무소를 찾아 공무원 피살 사건 조사 요청서를 전달했다. A씨 유족들은 해당 요청서와 함께 A씨의 아들 B(17)군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작성한 친필 서한 등도 함께 제출했다. B군은 해당 편지에서 “저와 엄마, 동생이 삶을 비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돌려 달라”고 요청했다. B군은 편지를 공개한 뒤, 악성 댓글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치매를 앓고 있는 A씨의 모친은 아들의 죽음을 모르고 있는 상태다. 이씨는 “어머니를 돌보고 있던 누이가, TV에서 동생 소식을 보지 못하게 막고 있다”며 “9월 초 동생을 본 어머니는 두 달 후인 11월에 다시 동생을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도 아버지의 죽음을 알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딸과 영상통화를 하며 “생일 선물로 뭘 갖고 싶냐”고 물었던 A씨는 이틀 뒤인 21일 실종,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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