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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발 귀순’ 10차례 포착…軍 총체적 부실 대응
뉴스종합| 2021-02-23 11:49

북한 남성이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해상을 통해 귀순하는 과정에서 우리 군의 감시·경계장비에 총 10차례 포착됐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은 이번 상황에 대해 엄중 인식하고 환골탈태 수준의 후속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지난 16일 강원도 고성 육군 22사단 관할지역에서 신병을 확보한 북한 남성과 관련한 전비태세검열실과 지상작전사령부의 현장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현장조사는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진행됐다.

합참에 따르면 해당 남성은 16일 새벽 1시5분께부터 1시38분께 사이에 군 해안감시장비 4대에 총 5차례 포착됐다. 특히 3번째 감시카메라에 포착됐을 당시 부대 상황실 모니터에 팝업창이 뜨고 알람이 울리는 등 ‘이벤트’가 발생했으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온 남성은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잠수복과 오리발을 암석지대에 유기한 뒤, 1시40분께부터 10분 동안 해안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해 철로와 7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남성은 4시12분께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감시카메라(CCTV)에 또다시 3회 포착됐으나 모니터 팝업창이 뜨거나 알람이 울리지 않아 근무자가 알아채지 못했다. 이 남성은 이후에도 7번 국도를 통해 계속 이동했고 군은 4시16분께야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소초 CCTV를 통해 2차례 포착한 뒤 검거에 나설 수 있었다. 총 10차례 포착 중 9, 10번째에야 대응에 나선 셈이다.

합참은 현장조사 결과 “상황간부와 영상감시병이 임무수행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철책 전방에서 이동하는 미상인원을 식별하지 못했다”며 “강화도 탈북민 월북 이후 강조된 ‘수문·배수로 일제 점검, 근원적 보완대책 강구’ 지시에도 불구하고 시설물 관리에 부실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제진 민통선 소초 북방 7번 국도상에서 미상인원 최초 식별 후 사단과 군단의 초기상황 판단시 엄중한 상황에 다소 안일하게 대응했다”면서 “상황조치 매뉴얼을 미준수하는 등 제대별로 작전수행이 일부 미흡했다”고 시인했다.

북한 남성이 통과한 배수로 경계도 도마에 올랐다. 애초 군은 작년 7월 한 탈북민이 인천 강화도 배수로를 통해 재입북한 사건이 발생한 뒤 해안·강안 철책 배수로를 전수조사하고 보강을 마쳤다고 밝혔지만 불과 6개월만에 구멍이 재확인됐다.

합참은 조사 과정에서 관할부대가 기존 관리해온 45개 배수로 외에 문제의 배수로를 포함한 3개의 배수로를 추가 확인했다. 군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GOP(일반전초)와 해안이 만나는 지역으로 목함지뢰 등이 떠내려 왔을 가능성 때문에 미확인지뢰지대로 관리해왔다”면서 “해안철책과 철로, 펜스가 있어 접근이 어려웠는데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했던 점은 아쉽다”고 했다.

합참은 “합참의장 주관 작전지휘관 회의를 통해 조사결과를 공유하고 전 제대 지휘관을 포함한 경계작전 수행요원의 작전기강을 확립하도록 하겠다”며 “이번 상황을 엄중 인식하고 환골탈태의 각오로 근본적인 보완대책을 강도높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대원·문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