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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3년 한반도 해역은 ‘21세기 거북선’이 호령한다이슈 플러스-10문10답 한국형 경항공모함
뉴스종합| 2021-04-22 16:35

“신이 일찍이 적의 침입이 있을 것을 염려해 별도로 거북선을 만들었습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당포해전 승전 뒤 올린 장계 내용의 일부다. 해군이 한국형 항공모함, 경항공모함(CVX) 사업의 당위성을 강조며 내세우는 글귀이기도 하다.

해군은 21일 국방부 기자단을 상대로 경항공모함 사업 추진 경과와 내용을 소개하는 등 항공모함 보유국 대한민국을 향한 항로의 돛을 올렸다. 우리 군, 특히 해군은 약 2조300억원을 투입해 국내 연구개발로 설계와 건조를 추진해 오는 2033년께 경항모를 전력화한다는 꿈을 그리고 있다.

1.경항공모함이란?

항공모함은 통상 크기에 따라 1~3만t급 경항공모함과 4~7만t급 중형항공모함, 8~10만t급 대형항공모함으로 구분된다.

군은 지난 2월 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2022년부터 2033년까지 약 2조300억원을 투입해 길이 265m, 폭 43m의 3만t급 경항모를 전력화하는 사업 추진 기본전략을 심의·의결했다. 당시 방위사업청은 경항모 사업에 대해 “수직이착륙형 전투기를 탑재해 다양한 안보 위협에 신속히 대응하고 분쟁 예상 해역에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우리 군 최초의 경항모 확보 사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경항모 사업은 2019년 국방중기계획에 반영된 뒤 2020년 개념설계와 기본설계 계획이 수립되면서 순항하는 듯 했다. 그러나 작년 국회에서 올해 관련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다시 합동참모본부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어렵사리 불씨를 되살리게 됐다.

경항모가 전력화되면 평시 전력 현시를 통해 도발을 억제하고 전시에는 수직이착륙기와 상륙헬기 등 항공기 운용을 통한 합동작전을 수행하는 지휘함 역할을 맡게 된다.

2, 항공모함 보유국은?

항공모함은 전시는 물론 평시와 위기시에도 다양한 외교·안보수단으로 국가정책을 강력히 뒷받침하는 국가전략자산으로 불린다. 미국이 세계 각지 인도적 지원과 재난구호 임무에 항공모함을 투입하면서 ‘10만t의 외교’라고 표현하는 까닭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항공모함을 운용하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P5)에 인도, 이탈리아, 태국을 더한 8개국뿐이다. 대형항공모함은 미국만 운용중이며 중국과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인도가 중형항공모함, 그리고 이탈리아와 태국이 경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스페인과 호주, 터키 등은 경항공모함급 상륙강습함을 운용중이다.

특히 한반도 주변국인 중국은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10여척의 항공모함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며, 일본은 이즈모급 대형호위함 2척을 F-35B 탑재가 가능한 경항공모함으로 개조중이다.

3. 왜 중·대형이 아닌 경항모인가?

항공모함은 임무특성상 항모전투단을 구성해 운용하게 된다. 항모전투단은 일반적으로 잠수함과 구축함, 호위함, 군수지원함, 그리고 다양한 항공기 등으로 구성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항모를 운용하는 세계 각국도 자국의 국력과 위상에 맞춰 항모와 항모전투단을 운용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항모는 총 31척인데 21척으로 압도적으로 많은 항모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만 대형항모를 운용하고 있다. 이어 중국과 영국, 이탈리아가 2척의 중형항모를 운용중이다.

해군은 한국 입장에선 경항모가 가성비와 운용목적, 작전효과 등 모든면에서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도 기존 상륙강습함에서 F-35B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함정을 개조중이며, 장기적으로 경항모 6척을 추가 확보하는 계획을 발전시키고 있다.

4. 왜 하필 지금인가?

군이 경항모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따라붙는 질문이 ‘왜 지금인가’이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깔린 질문이라 할 수 있다. 해군은 오래 전부터 항모 보유의 꿈을 갖고 있었지만 항모전투단을 구성할 호위전력이 없었는데 최근에야 이지스함과 대형수송함, 초계기 등 전력 증강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하다.

실제 경항모 확보 필요성은 1990년대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다. 특히 김영삼 대통령 시절 일본과 독도 영유권 갈등이 증폭하면서 경항모가 주목받았다. 그러나 당시에는 주변국과의 갈등 야기와 항모 건조·운영·유지에 드는 천문학적 비용을 다른 곳에 투입하는 게 낫다는 논리에 밀려 무산됐다.

이후에도 경항모 필요성은 군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경항모급 상륙함 등을 통해 어떠한 안보위협에도 주도적으로 대응”이라고 강조하면서 보다 탄력을 받게 됐다.

5. 경항모는 ‘덩치 큰 표적’?

경항모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측에서는 항모는 ‘덩치 큰 표적이 될 뿐’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북한이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항모는 최우선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군은 이에 대해 “대공미사일이 발달했으니 전투기가 비효율적이고, 대전차미사일이 나왔으니 전차가 필요 없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며 “경항모가 주요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은 그만큼 상대방에게 위협적인 존재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경항모가 전력화되면 기본적으로 미사일과 어뢰 등 적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자체 방어능력을 보유하게 되고, 여기에 항모전투단을 구성하는 이지스함과 잠수함, 초계기 등의 전력을 활용해 적 미사일과 항공기, 잠수함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등도 미사일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항모 보유 계획을 확대하고 있다.

6. 건조비와 운영유지비는?

항공모함이 강위력한 국가전략자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가 선뜻 보유·운용에 나서지 못한 것은 천문학적 비용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경항모 자체 건조에는 국외 유사 실적과 과거 국내 건조 함정 건조비용 등을 고려해 약 2조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구체적인 설계와 건조 비용은 향후 사업타당성 조사를 거쳐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해군은 큰 비용이긴 하지만 생산유발 약 3조2000억원, 부가가치 유발 약 1조2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 등 국내 조선산업 활성화와 산업 전반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돈 먹는 하마’라는 비판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운영유지비는 1년에 약 501억원을 추산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의 선행연구와 현대중공업의 개념설계 등에 따른 인건비와 수당 등 경직성 경비를 제외한 연료비, 수리비, 정비비 등 순수 운영유지비만 따졌을 경우다.

문제는 항모에서 운용할 함재기 비용이다. 군은 현재 수직이착륙형 전투기를 탑재한다는 방침인데 사실상 미국의 F-35B가 거론된다. F-35B 20여대의 도입비와 운용유지비가 항모의 그것을 뛰어넘는 ‘배보다 큰 배꼽’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7. 국내 건조 가능한가?

군의 경항모 사업 구상에서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대목이 국내 건조다. 한국형전투기(KF-X)사업이 그러했듯이 말 그대로 전인미답의 길이기 때문에 비관해서도 안되지만 낙관할 수만도 없다.

일단 한국은 이미 독도함과 마라도함, 이지스함 등을 건조한 경험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함정 설계와 건조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전문가들이 참여한 경항모 건조 가능성 검토와 개념설계 결과에서도 함정 설계와 소요 기술 측면에서 국내건조가 가능한 것이란 결론이 나왔다.

군은 항공기 탑재 및 운용과 관련해 일부 보완이 필요한 기술은 향후 국방 연구개발로 과제화해 역시 국내개발로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외 국내기술이 부족한 분야에서는 미국과 영국 등 기존 항모 보유국과 기술협력 등을 통해 필요한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퀸 엘리자베스(6만5000t급)를 보유한 영국은 올해 하반기 일본과 인도 방문 및 연합훈련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 방문을 타진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8. 한국형 경항모 어떤 함재기 탑재하나?

경항모에 탑재할 함재기는 가장 많은 관심을 모으는 대상이다. 군은 지난 2월 경항모 사업 추진 기본전략을 심의·의결하면서 수직이착륙형 전투기를 탑재한다고 밝혔을 뿐 탑재 기종과 수량 선정은 뒤로 미룬 상태다.

일단 해군은 경항모 탑재 수직이착륙기는 공군에서 운용·정비·교육·훈련을 전담하게 될 것이란 입장이다. 경항모의 합동전력 결정체라는 의미를 극대화하고, 행여라도 예상되는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B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5세대인 F-35B는 4.5세대인 보잉 FA-18E나 4세대로 평가받는 중국의 J-15에 비해 스텔스 성능, 레이더, 탑재장비 등에서 탁월하다. 문제는 공군이 이미 F-35A를 도입 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F-35B를 또다시 들여올 경우 막대한 추가 도입비용과 운용·유지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9. KF-21 네이비 버전은 불가능한가?

F-35B 도입에 따른 부담에서 대안으로 거론되는 게 최근 시제 1호기 출고식을 가진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의 항공모함용 버전인 KF-21 네이비다.

항모 탑재기를 국외 도입할지, 국내 자체 개발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는 게 군의 공식입장이다. 향후 국방부와 방사청이 비용과 기술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기종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상발진 전투기 개발사업인 KF-21 보라매가 이제 막 시제기가 나온 상황에서 전혀 다른 전투기라 할 수 있는 KF-21 네이비 버전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우세한 분위기다.

해군은 “경항모에서 운용되는 수직이착륙기는 비행갑판이 짧고 파도로 인해 요동이 심한 함정에서 뜨고 내려야하며 금속을 부식시키는 소금기 높은 바다에서 운용되기 때문에 더욱 개발이 어렵다”며 “KF-X와 달리 경항모 운용 전투기는 별도로 추가 개발사업을 추진해야하기 때문에 상당한 개발기간과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10. 경항모 사업 남은 절차는?

오는 2033년께 전력화를 목표로 하는 경항모사업은 올해 사업추진방법을 결정하는 사업추진기본전략 수립과 사업추진이 적절한지를 검증하는 사업타당성조사 등 본격적인 추진에 앞선 선행절차를 진행중이다. 사업 착수가 타당하다고 결정되면 3~4년의 기본설계 과정과 7~8년의 상세설계 및 함 건조 단계에 돌입하게 된다.

함정은 다른 무기체계와 달리 최초 기획부터 최종 확보까지 10년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된다. 특히 경항모는 일반 함정과 비교할 때 첨단기술과 함재기 운용 등이 추가돼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해군은 “경항모 확보는 2030년 이후 한반도 주변 역내 안보환경과 한미동맹의 진화·발전, 원유·원자재·식량 등 국가경제와 국민생활과 밀접한 무역항로의 안전에 대한 장기적 안목과 혜안을 갖고 국가전략적인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