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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은폐의혹’에 공군총장, 긴급지휘관 회의 주관…“엄정수사하라”
뉴스종합| 2021-06-03 11:38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장 모 중사가 2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압송됐다. 사진은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들어가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공군 부사관 성폭력피해자 사망사건과 관련해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이 3일 긴급 지휘관 회의를 주관하고 피해자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강도 높은 수사를 주문했다. 하지만 공군이 피해자 A중사의 극단적인 선택한 이후 ‘단순 변사’로 국방부에 최초 보고하고, A중사의 도움호소를 지속 묵인해온 정황이 드러나 ‘보여주기식 뒷북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군은 3일 이 총장이 공군 긴급지휘관 회의를 주관하고 유가족에게 사과와 위로의 뜻을 밝혔다고 했다. 이 총장은 “성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군 수사기관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엄정하고 강도 높게 수사하고, 2차 가해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자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 총장은 “성범죄에 대해서는 사건 발생 초기 증거인멸과 2차 가해를 차단하고,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필요한 경우 상급부대 수사기관으로 신속하게 사건을 이관하여 더욱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강조했다고 공군은 전했다.

이 총장은 “군내 성범죄는 피해자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군의 사기와 기강을 무너뜨리는 행위임을 깊이 인식해 각급 부대 지휘관들은 부모의 심정으로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부대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충남 서산의 모 공군부대는 A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이튿날인 지난달 23일 국방부 조사본부에 ‘영내에 발생한 자살사건 조사 중’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보냈다. 당시 보고서에는 A중사가 두달 전 발생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이고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인 사실은 누락됐다. 피해자가 마지막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했다는 사실만 적시했다.

이에 국방부는 A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동영상까지 남긴 이유가 무엇인지 추가보고하라고 지시했지만, 공군은 1주일 동안 후속보고를 하지 않았다.

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