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美 ‘대북제재-외교접근’에...北도 ‘대결·대화’ 병진 노선?
뉴스종합| 2021-06-18 11:36

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강조하면서 대화와 대결을 모두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북한의 이 같은 입장은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을 통해 공개돼 무게를 더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사흘째 회의가 전날 계속됐다며 김 위원장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분석하고 향후 대미관계에서 견지할 전략·전술적 대응과 활동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국가 존엄과 자주적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과 국가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기 위해서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있어야 한다”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반도(한반도)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는 데 주력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언급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대미메시지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압박했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비난이나 반발이 없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김 위원장이 대화와 대결을 동시에 거론한 것을 두고 ‘경제·핵 병진노선’처럼 당 차원에서 공식화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대미관계에서 ‘대화·대결 병진노선’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첫날 회의에서 국가계획과 정책적 과업 수행 과정에서 편향들이 벌어지고, 특히 인민들의 식량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토로하는 등 내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충돌을 최소화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과 태도를 좀더 지켜보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차원에서 대화와 대결을 동시에 빼들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이 대결에 빈틈없는 준비를 거론하긴 했지만 대내용 성격이 강하고 전반적인 메시지는 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 위원장의 입장은 지난 4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북한과의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강조했던 것과 유사하다”며 “북미대화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정 센터장은 특히 “김 위원장이 미국에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하지 않음으로써 북미대화 재개에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미중갈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중요한 국제 및 지역문제들’과 관련해 능동적 역할과 주동적 마련을 언급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지난 2018년 남북·북미대화가 한창일 때도 ‘주동적’이란 표현을 종종 사용했다.

다만 북한의 대미정책 방향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대원·문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