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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종교 사유’ 양심적 현역입영 거부 첫 인정…대법원 판단 근거는?
뉴스종합| 2021-06-24 10:51
지난해 10월 대전교도소 내 대체복무 교육센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63명의 입교식이 열린 가운데 입교생들이 입교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좌영길·안대용 기자] 24일 대법원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현역병 입영 거부자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그동안 특정 종교 교리에 따른 ‘집총거부’ 주장을 중심으로 판단하던 양심적 병역거부 범위를 넓힌 판결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정모 씨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기독교 신자다. 정씨는 그동안 수요시위, 한국전쟁 60주년 평화기도회 반대 시위 등에 참여했다. 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에서 소수자 관련 기사를 다수 작성했고, 대학원 졸업 후에는 다수의 강연, 기사, 칼럼을 통해 이러한 주장을 이어 갔다.

재판부는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씨는 대한성공회 교인으로서 비폭력주의·반전주의 신념과 기독교 신앙 등을 병역거부 사유로 주장하고 있다”고 봤다. 교리상 직접적으로 집총의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 사례와는 다른 사례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이때 진정한 양심이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을 말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가 처음으로 대체복무제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이후, 대법원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이번 판결로 그 범위가 더 넓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교도소 근무를 중심으로 대체복무제를 마련해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했다.

이들은 이후 전국 각지에 있는 교도소·구치소에 재소자들을 위한 식자재 운반 조리, 영치품 관리, 도서 배부, 중환자 보조, 환경 미화 등의 업무에 투입된다. 기존에 교도소 재소자 중 모범수들이 담당했던 업무들이다. 보수와 휴가·외출·외박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현역병의 기준에 맞춰 부여된다.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이 남용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현역병에 비해 기간이 훨씬 길다. 1년 6개월의 군 복무를 대체하는 교도소 의무 근무 기간은 3년이다. 다만 종교계와 법조계를 중심으로 교도소 근무 외에 방역이나 구조활동 등 영역을 넓힐 필요가 있다거나, 현역 복무기간에 비해 2배 긴 기간을 좀 더 세밀한 연구를 통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