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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집단폭행’ 가해자 조사 없이 피해자 거짓말탐지기 시도”
뉴스종합| 2021-07-30 10:24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김지헌 기자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군인권센터(이하 센터)가 공군 내 신병 집단폭행, 가혹행위, 성추행 문제를 폭로한 가운데 군사경찰이 가해자 조사 없이 피해자에게 거짓말탐지기 조사 소환 통보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30일 센터는 “군사경찰이 엉뚱하게 ‘피해자에게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자’고 소환을 통보했다가 연기했다”며 “가해자 조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에게 거짓말탐지기 사용을 운운했다”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공군 제18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은 21일 피해자로부터 직접 신고를 받고 22일까지 이틀에 걸쳐 피해자로부터 성추행, 집단폭행, 감금 정황에 대한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가해자들이 “변호인을 선임하고 조사를 받겠다”며 진술을 거부하자 군사경찰은 이들에 대한 소환 일정을 아직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는 “통상적으로 수사기관이 소환 일정을 정하면 피의자들이 필요에 따라 변호인을 선임해 이에 맞춘다”며 “선임된 변호사의 스케줄에 따라 하루나 이틀 정도 소환 일정을 조정하는 경우는 있어도 피의자가 변호인을 선임할 때까지 기다려 원하는 일정을 배려해 주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여럿이고 이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어 진술을 맞출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긴급체포 등 즉각적인 신병 확보가 당연히 고려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센터는 피해자가 이 일로 29일 부대에 긴급한 병가 사용을 건의했지만 절차상의 이유로 허락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군인복무기본법’ 제12조 제1항 제2호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로서 치료가 필요할 때에는 60일 이내의 휴가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부대는 외부 병원을 이용하기에 앞서 군의관 진단이 필요하다며 병가 요청을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는 “피·가해자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역시 공군 이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과 흡사한 양상”이라며 “부대는 피해자를 방치하고, 수사기관은 가해자를 적극 배려하는 와중에 피해자만 병들어 가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중사 사망 사건 초동 수사에 관계된 인원들이 줄줄이 입건돼 수사·기소되고 있는 와중에도 버젓이 이러한 일을 벌이고 있다”며 “공군은 즉시 가해자들을 체포·구속해 신병을 확보해 이들이 증거를 인멸할 기회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29일 센터는 강원 강릉의 공군 제18전투비행단 공병대대에서 일어난 병사 간의 가혹행위를 폭로했다.

가해 선임병들은 피해자를 부대 용접가스 보관창고에 가두고는 불을 붙인 박스 조각을 집어 던지며 피해자에게 “창고 문 펜스 틈 사이로 자물쇠를 따서 나와 보라”고 했다.

이 밖에도 피해자의 전투화에 손 소독제를 뿌린 뒤 라이터로 불을 붙이거나 구타, 신체 주요 부위를 딱밤으로 때리는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내용도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