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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외 근무 외교관, 코로나19 이후 두 달에 1명꼴 이탈…고질적 인력난 악화
뉴스종합| 2021-09-07 10:51
외교부는 1일 내년도 예산안을 1조1149억원 규모의 공적개발원조(ODA)를 포함한 3조23억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연합]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이후 두 달에 1명꼴로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외교관들이 일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후 재외공관 재직 중 9명의 외교관이 퇴직했다. 사망자는 총 3명으로, 이 중 2명은 올해 심리적 불안 등을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인력 유출이 ‘인사 공백’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우리나라 재외공관 166개 기준 20여곳의 인사가 현재 공석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지난 6월 실장국회의에서 인사 공백을 해소하겠다고 했지만 공석은 채워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공석을 그대로 둔 채 재외공관 업무가 진행될 수 있도록 조정을 했다”며 “재외국민 보호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 공백의 여파는 이미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장 코로나19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재외국민 귀국 지원, 백신 접종 지원 등 영사 업무는 폭증했다. 외교부 영사콜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지난 2018년 21만9192건에서 2020년 31만5676건으로 급증했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영사 1명이 담당하는 재외국민 수는 11만2000여명으로, 일본이나 호주보다 몇 배 많다. 그만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고질적인 인력난에 외교부는 ‘디지털화’와 ‘심리치료’ 카드를 꺼냈다. 외교부는 지난 1일 2022년 예산안에 해외 공관원들을 위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강화하기 위해 3억원을 증액하고, 신규 2억원 규모의 심리치료 프로그램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해외 공관 등 시설의 데이터·스마트 업무환경 등 도입하는 디지털 기반 업무지능화사업 예산으로 31억원을 처음으로 편성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복지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외공관원 인력 공백의 원인에는 출산 및 육아휴직자 수의 증가와 고된 업무에 따른 인력 이탈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최근 한 달 간격으로 외교관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발생하면서, 규정상 외교관의 동반 가정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개선책에 반영되진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구조적으로 격무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인해 재외공관 근무 중 퇴직하는 외교관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디지털에 기반을 둔 업무환경을 조성한다고 하더라도 재외국민 보호업무를 원활히 수행하려면 기본적으로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심리치료나 기술적 지원만으로는 해소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호소했다.

이에 태영호 의원은 “외교부의 인사 공백으로 인해 공석이거나 빈자리가 장기화돼 업무의 연속성이 훼손되지 않게 해야 한다"며 "코로나 상황 속 해외에 있는 우리 국민의 불편함과 외교부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좀 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