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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목전에서도 전투태세'...백마고지에서 '이등병' 유해 발견
뉴스종합| 2021-11-25 10:12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에서 발견된 유해와 물품들. [국방부 제공]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영화 〈고지전〉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던 백마고지 전투 당시 사망한 병사의 유해가 나왔다. 이 병사는 적의 포탄을 피해 참호 안에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도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모습이었다.

백마고지는 6.25 전쟁 당시 중부전선의 격전지다. 국방부는 지난 9월부터 백마고지 일대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4일 국방부는 지난 9월부터 약 110일 동안 비무장 지대에서 유해 발굴을 진행해 총 27점(잠정 22구)의 유해와 총 8262점의 전사자 유품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병사는 백마 395고지 정상 인근 개인호 자리에서 발견됐다. 일등병 계급장, 구멍이 뚫린 방탄모와 탄약·군번줄·만년필·숟가락 등 용품이 함께 발견됐지만, 인식표는 함께 나오지 않았다. 당시 일등병은 현재 우리군에서 이등병에 해당하는 계급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발굴작업에서 발견된 유해 대부분은 완전유해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발굴된 유해에서는 구멍이 뚫린 방탄모와 함께 두개골, 갈비뼈 등 상반신의 부분유해들만이 발견됐다. 이에 국방부는 "당시의 치열했던 전투상황을 추측할 수 있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지난 24일 백마고지 유해발굴 현장을 방문해 "(백마고지는) 6·25전쟁중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이라면서 "앞선 유해발굴 성과를 백마고지에서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 10일에는 백마고지 전투 참전 용사 9명이 백마고지를 찾았다. 현재 우리땅이지만 남방한계선과 군사분계선 사이에 위치하는 백마고지는 일반인들이 쉽게 출입할 수 없다.

현장을 찾은 참전용사 이상순(92) 옹은 전우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옹은 편지를 통해서 "불나비 떼처럼 기어오르는 적 무리에 우리는 맞서 용감하게 싸웠다. 혈전 끝에 백마고지 정상에 태극기를 꽂았다"면서 "만세 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퍼졌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전우들을 향해선 "10월이 오면 그리운 전우들이 생각난다"면서 "우리 훗날 무릉도원에서 아니 백마도원에서 만나자. 승리의 축배를 들자"고 했다.

참전용사의 편지. [국방부 제공]

우리군은 지난 9월부터 약 110일 동안 비무장 지대에서 유해 발굴을 진행해 총 27점(잠정 22구)의 유해와 총 8262점의 전사자 유품을 발굴했다. 26일에는 '유해발굴 완전작전 기념식'을 가지고, 올해 비무장지대 유해발굴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강원도 철원의 백마고지는 과거 6·25 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힌다.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적과 아군 사상자가 속출했다. 양측은 그 과정에서 진지를 깊게 팠고, 발굴된 유해와 전사자 유품들도 지표면부터 1.5m 이상 깊이에서 나오고 있다. 당시의 전투가 치열했다는 방증이다.

백마고지는 지난 2011년 개봉한 장훈 감독의 영화 〈고지전〉에서 주인공이 속한 부대 악어중대가 전투를 벌이는 '애록고지'의 모티브가 된 장소이자 백마부대의 이름이 유래한 장소이기도 하다.

상공에서 내려봤을 때 백마가 쓰러져 누운 듯한 형상을 했다고 해서 백마고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에서 발견된 유해와 물품들. [국방부 제공]

※ 유해소재 제보나 유가족 시료채취 참여 문의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대표전화인 1577-5625로 문의 바랍니다. 유전자 시료 제공으로 전사자 유해의 신원이 확인될 경우 심사를 통해 최대 100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