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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칩4’ 예비회의 참석 통보 “국익 따라 판단”…中왕이 ‘경청’
뉴스종합| 2022-08-09 23:06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오후(현지시간) 산둥성(山東省) 칭다오(靑島) 지모고성군란호텔 회담장 ‘학궁’에서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한중 확대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했다. [외교부 제공]

[헤럴드경제=칭다오 공동취재단·최은지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은 9일 오후(현지시간) 열린 한중 외교장관 소인수 회담에서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Chip4 또는 Fab4·미국 한국 일본 대만) 예비회의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하고 “전적으로 국익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우리측 입장을 “진지하게 경청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왕 부장과 산둥성(山東省) 칭다오(靑島) 지모고성군란호텔 회담장 ‘학궁’(學宮) 내의 진덕당(進德堂)에서 100분간 소인수 회담을 진행한 뒤 명륜당(明倫堂)에서 100분간 확대 회담을 개최했다. 양 장관은 총 200분간 회담을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소인수 회담에서는 한반도 정세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외교안보 관심 사항, 칩4 등 미국 주도의 소규모 협의체 추진 동향과 관련해 집중적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칩4와 관련해 박 장관은 “반도체 분야 공급망 협력을 위해 최근 우리 국내 관계부처간 긴밀한 검토를 거쳐 예비회담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고 왕 부장에게 통보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결정은 순수하게, 순전히, 전적으로 우리의 국익에 따라 판단한 것으로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겨냥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유사한 문제와 관련해 무엇보다도 국익에 기초해 판단을 결정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중국으로서는 최근 미국의 일련의 관련 움직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한국측이 설명해준 대로 순수하게 국익 위주의, 국익에 기초해 판단할 것이라는 설명에 대해 경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이런 문제와 관련해 한국측이 적절하게 판단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사드 문제와 관련해서는 양 장관이 각자의 사드 관련한 입장을 명확하게 개진했다. 그러면서 양측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향후에 한중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에 명확하게 공감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아울러 박 장관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핵위협 억제와 핵개발을 단념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어떤 경우에도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고, 유연하고 열린 외교적 접근 자세를 견지한다는 대북정책의 핵심 내용과 현재 성안 중인 대북정책 로드맵 ‘담대한 계획’에 대해서도 중국 측과 공유했다.

이에 왕 부장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한국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가능한 한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왕 부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가장 근본 문제인 북미관계가 중요한데 그동안 미국측이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며 아쉬움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중국 뿐만 아니라 유관 각국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오후(현지시간) 산둥성(山東省) 칭다오(靑島) 지모고성군란호텔 회담장 ‘학궁’에서 열린 한중 확대 외교장관 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이어진 확대 회담에서 박 장관은 한중 수교 30주년(8월24일)을 맞아 양국 외교부가 ‘한중 미래 발전을 위한 공동 행동 계획’을 채택해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양 장관은 올해 수교 30주년을 다채롭고 뜻깊게 기념하자는 데 공감하고, 지난해 출범한 한중 관계 미래 발전 위원회의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이를 기초로 ‘1.5트랙’의 양국 전문가 간 소통 플랫폼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또 양 장관은 고위급 대화를 비롯해 각 단위의 대화체를 더욱 확성화해가자는 데 공감했다. 이에 양 장관은 올해 하반기에 2+2 차관급 외교안보대화를 서울에서 대면 개최하고, 양국간 외교안보분야에서의 전략적 대화를 심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박 장관은 “편리한 시기에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기대한다”고 전하면서 연내 왕 부장이 한국에 방문할 것을 초청했다. 이에 왕 부장은 “양국 정상을 포함한 고위급 소통의 중요성에 적극 공감한다”며 향후 양국 외교부를 중심으로 긴밀하게 소통해 나가자고 했다.

양 장관은 한중 간 공급망 안정적 관리를 위한 대화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7월 재개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후속협상을 가속화 하는 동시에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역내 다자 협의체와 관련한 소통과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또 21세기 중반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기후변화협력 공동위원회 재개를 통해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협력도 심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9일 오후(현지시간) 산둥성(山東省) 칭다오(靑島) 지모고성군란호텔 회담장 ‘학궁’에서 열린 한중 확대 외교장관 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양 장관은 포스트 코로나를 맞아 그간 위축됐던 인적교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해법을 논의했다. 박 장관은 “문화콘텐츠 교류가 양국민, 특히 젊은 세대가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 방법”이라고 강조하고 영화, 방송, 게임, 음악 등 분야의 교류를 대폭 확대하자고 했다.

이를 위해 박 장관은 회담 중 우리나라 가수 보아와 중국 가수 류위신 양국 가수가 메타버스 공간 내에서 첨단 기술을 활용해 협업한 영상 ‘Better’ 뮤직비디오를 왕 부장과 함께 보면서 “양국 정부가 새로운 형태의 한중 젊은이들 간의 문화콘텐츠 교류가 더 증진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자”고 했고, 왕 부장도 적극 화답했다.

양 장관은 인천~베이징 직항편이 지난달 23일부로 재개된 점을 평가하고, 양국 항공 당국 간 협의 중인 추가 항공편도 원만하게 재개되도록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인천~상하이 항공편이 조기에 재개되도록 왕 부장의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또한 박 장관은 과거 주청대한제국공사관이 우리나라 근대 한중 외교 관계의 출발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공사관 옛터의 기념화 사업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중국측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박 장관은 “이러한 기념화 사업이 실현될 경우 한중 양국의 오랜 우호 역사를 조망하고, 양국민의 우호 정서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에 왕 부장은 한국의 독립운동 사적지 기념 보존에 가능한 적극 협조해 왔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