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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3연임, ‘정책 연속성’ 확보…당 주석·최후결정권 여부 주목”[人터뷰-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부원장]
뉴스종합| 2022-10-14 11:23
조영남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부원장이 1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3기로의 권력 연임은 사실상 지난해 11월에 이미 확정이 됐습니다. 권력 연임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시진핑이 한 번 더 집권한다는 것보다, 정책의 연속성을 띠게 된다는 것입니다.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부원장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16일 개막)를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당 대회는 향후 5년을 이끌 지도부를 결정하고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중국 최대 정치 행사다. 통상 일주일간 열리는 당 대회에서는 중앙위원을 선출하고, 신임 중앙위원들은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를 열어 당 최고 권력인 총서기와 정치국 위원 25명, 이 중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을 뽑는다. 당 총서기가 정해지면 내년 3월에 열리는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1차 연례회의에서 국가주석이 확정된다.

국제사회의 시선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지만 30여년간 현대 중국 정치를 연구해 온 손꼽히는 권위자인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부원장(국제학과 교수·57)은 14일 “전문가 관점에서 얘기하면 ‘김샌다’”라며 차분하게 바라봤다. 공산당 100주년을 맞이했던 지난해 11월 당 중앙위는 ‘제3차 역사결의’를 통해 권력 연임을 위한 작업을 마쳤다. ‘시진핑 3기’로의 진입은 이미 확정된 것인 만큼 결과는 예정된 수순이다.

조 부원장은 “권력 승계와 관련한 작업은 지난해 11월에 이미 끝났다”며 “이번 당 대회는 이를 공식화, 합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이 ‘당 총서기’에서 ‘당 주석’으로 승격되는지 여부와 당 대회 또는 이후 중앙위 결의를 통해 마오쩌둥, 덩샤오핑에게 주었던 ‘당내 최후결정권’을 주느냐를 주시하고 있다. 현재 시 주석이 겸직하고 있는 ‘당 총서기’는 ‘당 사무총장’ 격이다. 지금은 폐지된 ‘당 주석’은 당의 최고서열인 ‘당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역대 중국 지도자 중 마오쩌둥에게만 붙여졌고, 1982년 덩샤오핑 집권 이후로는 일인 체제의 폐단을 막기 위해 폐지됐다.

3연임이 곧 ‘엘리트 정치’ 체제의 변화는 아냐

조영남 부원장은 지난 12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실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다들 시진핑의 3연임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해 묻는데 저는 ‘아무 일 없다’, ‘별일 없다’라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소용돌이 속에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지율의 늪에 빠졌고 유럽의 상황도 다를 바 없다. 조 부원장은 “현재 전 세계를 놓고 볼 때, 정치적 측면에서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국가 응집력 등을 놓고 본다면 중국이 덜 문제가 있는 국가”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당 대회를 ‘시진핑의 대관식’이라고 표현한다. 2연임으로 10년의 집권기간을 넘어 3연임에 나서는 길을 ‘장기 집권’으로 해석, ‘일인 체제’를 구축한 수순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조 부원장은 정치국 위원 25명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른바 ‘엘리트 정치’ 체제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여전히,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는 “후진타오의 경우 장쩌민 세력에 의해 견제받으면서 총서기가 제 역할을 잘 못했는데, 그것이 일종의 분산형 집단지도체제”라며 “장쩌민 집권 2기나 시진핑 체제는 ‘이렇게 했다가는 당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총서기에게 권한을 좀 더 준 것이라는 의미에서 집중형 집단지도체제”라고 설명했다. 총서기의 역할이 강화됐다고 해도 ‘집단지도체제’라는 큰 틀은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영남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부원장이 1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당 주석 부활·최후결정권 확보 여부 주목

다만 정치는 생물, 변화 가능성은 열려있기에 그 ‘징후’에 대해서 관찰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덩샤오핑 체제 이후 폐지됐던 ‘당 주석’직의 부활 여부다. 시진핑은 현재 당 총서기(黨),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軍), 국가 주석(政)의 명함을 가지고 있다.

조 부원장은 “‘당 주석’은 명실상부한 당의 대표라는 뜻이기 때문에 주석 제도 부활 여부가 굉장히 중요한 모습”이라며 “단순히 ‘당 주석’의 부활 문제를 넘어 당 주석 제도를 폐지한 덩샤오핑을 시진핑이 뛰어넘을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시진핑이 이번 당 대회에서 ‘인민 영수’ 칭호를 얻게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세간의 관심사는 일인 체제로 권력이 집중되는지에 쏠려있지만, 조 부원장은 호칭의 문제가 아니라 ‘당내 최후결정권’ 확보 여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1943년 정치국 확대회의 결의를 통해 마오쩌둥에게, 1987년 당 대회 후 중앙위에서 덩샤오핑에게 주기로 결정된 ‘당내 최후결정권’을 시진핑이 이번 당 대회나 이후 열릴 중앙위에서 확보하는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조 부원장은 “당내 정치국이나 정치국 중앙위원회, 당 대회에서 결정하면 법이 되는 것”이라며 “거기에서 시진핑에 최후결정권을 주느냐 안주느냐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영수’라는 칭호가 부여된 것이 마오쩌둥이 유일하다고 알려졌지만, 마오쩌둥 사후 통치 기간이 짧았던 화궈펑에게도 ‘영명한 영수’라는 칭호를 썼다.

내년 3월 ‘국가 주석’ 선출 후 ‘정비 완료’

시진핑이 ‘덩샤오핑을 넘어 마오쩌둥 반열에 오른다’는 전망에 대해서도 조 부원장은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권력원(原)’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시진핑, 장쩌민, 후진타오는 권력원이 ‘제도적 직위’이지만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은 ‘개인적 권력’”이라고 분류했다. 앞서 언급한 세 인물은 당 총서기, 중앙군사위 주석, 국가 주석으로 선출됐기에 권력이 생긴 것이라면, 중화인민공화국을 창건한 마오쩌둥과 ‘개혁·개방’의 상징 덩샤오핑은 ‘직함’에 따른 권력이 아닌 인물에 대한 권력이라는 것이다. 조 부원장은 “중국에서 권력이 행사되는 방식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며 “타이틀을 많이 가졌다고 해서 권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시진핑의 3연임은 임기가 ‘최소 5년’연장된다는 뜻이다. 3연임이 가능해졌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조 부원장은 “‘시진핑의 장기 집권’이라는 표현은 확인된 것이 아니다”라며 “확실한 것은 시진핑이 5년씩 두 번을 했고 3기 집권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우리에게는 권력이 불안정해질지, 내부 분열이 발생할지, 정책의 혼선이 발생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부원장은 중국에 대한 선입견을 경계하고 중국의 정치 체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향후 중국의 대외 정책을 전망하며 우리의 외교 노선을 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의 엘리트 정치에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를 상수로 봐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는 “3연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규범을 깨는 일이고 20년 만의 ‘새로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엘리트 정치 체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권력 승계가 이미 결정되면서 안정성이 보장되고, 이에 정책의 안정성이 보장이 됐고, 내년 봄이면 국가 주석 선출까지 끝나니 그때부터 ‘다시’ 가는 것, 그것이 현재 중국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조 부원장은 현대 중국 연구 시리즈의 세 번째이자 최신작인 ‘중국의 통치체제 1, 2’를 비롯해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3부작, ‘중국의 엘리트 정치 : 마오쩌둥에서 시진핑까지’ 등 열일곱 권의 저서를 썼다.

〈조영남 부원장이 걸어온 길〉

▷천안북일고등학교 ▷서울대 동양사학과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과 석사 및 박사 ▷중국 베이징대 현대중국연구센터 객원연구원 ▷미국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방문학자 ▷서울대 국제대학원(국제학과) 교수(2002년-현재) ▷서울대 국제대학원 부원장(2022년-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