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밀리터리
“재단서 강제징용 대법 판결금·지연이자 지급” [강제징용 피해배상해법 발표]
뉴스종합| 2023-03-06 12:00

한국 정부는 6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최종 해법안을 공식 발표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이 강제징용 피해자·유족 지원 및 피해구제의 일환으로 2018년 대법원의 3건의 확정판결 원고분들께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3·4·6면

한일 양국은 핵심 쟁점인 피고기업의 기여와 사죄 등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협상해왔으나 일본은 끝내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한국이 해법안을, 일본이 입장을 각각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 입장 기자회견을 통해 “재단은 현재 계류 중인 강제징용 관련 여타 소송이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 판결금 및 지연이자 역시 원고분들께 지급할 예정”이라며 이와 같이 발표했다. 핵심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수혜를 입은 국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출연한 기부금으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15명의 피해자 및 유족에게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수혜 기업은 포스코와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 외환은행, 한국전력공사, KT, KT&G,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있다.

결론적으로 피고기업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의 배상금 기여는 없다. 일본은 다른 기업들이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에 기부하고,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미래청년기금’(가칭)을 조성해 공동 운용하는 방식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하고, 향후 재단의 목적사업과 관련한 가용 재원을 더욱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핵심 쟁점이었던 ‘사죄’에 대해서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과거 일본 정부의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의회 연설에서 “이전 내각의 역사적 입장을 지지한다”는 취지로 입장을 발표,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직접 사과도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자 측이 그동안 강조해 온 피고기업의 배상금 기여와 진정성 있는 사죄가 빠지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강제동원 피해 소송 대리인단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아무런 부담도, 책임도지지 않고 판결에서 진 자국 기업(피고기업)들을 면책시켰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외교적으로 승리한 날이 오늘”이라며 “일본의 완승, 한국의 완패”라고 비판했다.

이번 한국 정부의 해법안은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과 11월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에 피해자 15명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한지 약 4년5개월 만에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한일 관계 복원을 대일외교 최우선 과제로 세웠고, 양국 관계의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7월 민관협의회를 구성, 4차례 회의를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지난해 9월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 개선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룬 후 한일 당국 간 협의가 이뤄졌고, 우리 외교부는 지난 1월 공개토론회에서 ‘제3자 변제안’을 공식화했다.

이후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위한 당국 간 협의가 계속됐지만 피고기업의 기여와 사죄라는 핵심 쟁점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지만 양국 간 ‘합의’는 이루지 못하고 각각 조치를 발표하게 됐다. 최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