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밀리터리
굵은 땀방울 진한 전우애...“한미연합군은 무적” [70th 창사기획-한미동맹 70, Alliance Plus]
뉴스종합| 2023-05-23 11:44
헤럴드경제가 지난 17일 찾은 미2사단/한미연합사단의 캠프 케이시에서 때 이른 무더위 속 한미 장병들의 ‘스퍼 라이드’(Spur Ride) 훈련이 한창이다. 이상섭 기자
군장 만큼이나 큰 곰인형을 ‘전우’삼아 훈련에 나선 미군 장병이 눈길을 끈다. 이상섭 기자

“Keep pushing!”(밀어붙여!), “Let‘s go!”(가자!), “This is nothing!”(별거 아냐!)

한국과 미국 장병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뛰고 구르는 동안 훈련 통제관의 고함에 가까운 열정적인 독려가 끊이지 않는다. 때 이른 무더위 속 한미 장병들의 얼굴은 땀과 흙먼지, 위장크림으로 범벅이다. 건장한 장병들의 눈빛에선 독기와 함께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훈련으로 인해 지친 기색도 이따금 엿보인다.

헤럴드경제 취재팀은 지난 17일 ‘스퍼 라이드’(Spur Ride) 훈련이 한창인 경기도 동두천시에 자리한 미2사단/한미연합사단의 캠프 케이시를 찾았다.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명칭은 2015년 6월 3일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보다 효율적인 소통과 임무수행을 위해 함께 참모부를 조직하면서 붙여졌다. 두 개 국가가 전술적 수준에서 하나의 부대를 구성한 세계 최초의 사례로 올해 70주년을 맞이한 한미동맹의 최일선이다.

스퍼 라이드 훈련 현장에서는 한국군과 미군이 한조를 이뤄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가운데 주어진 과제를 힘을 합쳐 헤쳐 나가고 있었다. 스퍼 라이드 훈련은 미 서부 개척시대 기병대에서 출발한 기갑부대 장병들의 체력과 인내심, 협동심, 연합작전 능력 등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시험을 통과한 장병에게는 말 박차인 ‘스퍼’(Spur)가 수여된다.

과거 꼬리털을 일부러 짧게 자른 말을 받은 미 기병대 신병을 ‘민 꼬리’(Shave tails)라고 불렀는데, 말의 부상을 우려해 박차도 착용하지 못하게 했다. 말 꼬리털이 다시 길게 자랄 만큼 시간이 흐르고 경험을 쌓은 뒤에야 박차 착용이 허용됐고 비로소 한명의 기병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스퍼 라이드 훈련은 여기서 기인했다. 지금은 병과를 가리지 않으며 외국군 장병에게도 수여가 가능하다. 스퍼는 미 육군 보병 우수보병휘장과 같은 급으로 여겨지며, 미군 복제규정에 따라 군복에 착용할 수 있다. 미군 내에서는 스퍼를 받으면 사후 저승길에 주점에서 한 잔 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영예다.

캠프 케이시 현장에서는 군장검사를 시작으로 장애물 극복, 야간 수색정찰, 독도법 숙달, 화력 요청, 군수물자 수송, 방독면 착용 및 완전군장 하에 동료 후송, 그리고 대량 전상자 발생을 가정한 응급처치 등의 코스로 구성된 스퍼 라이드 훈련이 한창이었다.

이번 훈련에는 한국군 50여 명과 미군 240여 명이 참가했다. 20㎏ 군장과 소총, 헬멧과 고글 등을 착용한 한미 장병 20여 명이 한조로 묶여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간간이 미 여군 1~2명이 섞인 조도 보였다. 훈련은 얼핏 보기에도 ‘빡센’수준을 넘어섰다. 일찍 찾아온 더위 속 그늘 한 점 찾아보기 어려운 환경에서 한 코스를 마치고 다음 코스로 이동하는 도중에도 통제관이 유산소 근력운동을 위한 ‘버피 테스트’를 부여하는 바람에 숨 돌릴 틈조차 없었다.

식당은 물론 식사 시간도 따로 없어 전투식량(MRE)으로 허기만 달래는 수준이었다. 코스와 주요 지점마다 배치된 다수의 구급차는 훈련의 강도를 미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최성표(대위) 스트라이커 여단 제1기병연대 8대대 작전과장은 “이런 훈련을 통해 한미동맹이 어떤 것인지, 연합작전이 어떤 것인지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미군들이 힘든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장애물을 이겨나가면서 팀워크를 배양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 깊다”고 밝혔다.

이영훈 8사단 기갑수색대대 1중대 상사는 “미군과 함께 훈련하는 것을 꿈꿔왔는데 이번에 꿈을 이루게 됐다”며 “미군과 함께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자부심과 자존심을 느꼈고, 실전적으로 훈련을 하는 부분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혹독한 훈련 여건이지만 장병들은 고통마저 즐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한 미군 장병은 가뜩이나 무거울 법한 군장에 군장만큼이나 큰 곰 인형을 매달고 나왔다. 훈련을 끝까지 마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동기를 부여하는 차원에서 평소 애착하는 물건을 ‘전우’ 삼아 함께한다는 스퍼 라이드 훈련의 전통이라고 한다. 말머리 가면을 들고 다니는 장병이나 훈련을 마칠 때까지 종이봉투에 넣은 달걀을 깨지지 않게 지키겠다는 장병 등 MZ세대 장병 특유의 유쾌하면서도 발랄한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한국군과 연합훈련에 나선 미군 장병들은 한국군에 강한 신뢰를 보내면서 한미동맹의 의미를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마이클 필라노브스키(중령) 스트라이커여단 제1기병연대 8대대장은 “한국군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을 위협하는 어떤 나라도 전쟁사상 가장 일방적인 패배에 직면할 것”이라며 “미군과 한국군이 이길 수 없는 군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은 남북전쟁으로 노예제도를 무너뜨리고, 파시즘을 이기는 등 몇 가지 위대한 일을 해낸 것 같다”며 “6·25전쟁에서 한국과 맺은 동맹관계도 마찬가지로 숭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여기에 함께 할 수 있어 매우 자랑스럽다”면서 “계속 함께 훈련하고, 실사격을 하고, 지휘소 훈련을 해서 적이 한미와 동시에 싸워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훈련에 참여한 셜린 런드리 중위 역시 “한국군과의 훈련은 훌륭했고, 그들은 매우 헌신적이고 의욕적”이라면서 “한미동맹은 한국군과 미군뿐 아니라 파트너십에 있어서 훌륭한 기념비로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두천 캠프 케이시=신대원·오상현·박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