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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외교 사령탑' 왕이, 아세안 등판…한중 관계 ‘상황 관리’ 나설 듯
뉴스종합| 2023-07-12 09:22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8월 중국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왕이 당시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오는 13~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AES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 중국 측 수석대표로 친강(秦剛) 외교부장 대신 왕이(王毅)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이 참석한다.

이에 따라 박진 외교부 장관과 친 부장의 첫 대면은 무산됐지만, 체급을 높인 왕 위원이 직접 등판하면서 한중 관계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한 무게감 있는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아세안 관련 연쇄 외교장관 회의에 친 부장은 신체(건강) 원인으로 참석하기 어렵다며 왕 위원이 참석한다고 11일 공식 발표했다. 친 부장은 지난달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스리랑카, 러시아, 베트남 관리들을 만난 후 2주 넘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신병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는데, 이번 발표로 건강 문제가 공식화된 것이다.

이로써 친 부장과 박 장관의 첫 대면은 무산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해 10월 20차 당대회를 통해 3연임을 확정한 후 친 부장이 새 외교부장에 취임했지만, 현재까지 박 장관과 대면은 물론, 양자 회담도 열리지 않았다. 그 사이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를 비롯해 중국 측의 외교결례적인 발언으로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이달 초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가 중국에서 쑨웨이둥(孫衛東) 외교부 부부장과 만나 소통의 물꼬를 텄고, 이번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분위기를 이어갈 전망이었다.

다만 친 부장보다 서열이 높은 왕 위원이 참석하면서 한중 고위급 접촉 가능성은 열려있다. 친 부장의 전임자였던 왕 위원은 현재 중국 외교사령탑으로, 우리나라 카운터파트는 국가안보실장이다. 왕 위원이 이번 회의에 중국 측 ‘수석대표’ 자격으로 참석하는 만큼, 다자회의 및 양자 협의를 진행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왕 위원은 외교부장 시절 박 장관과 여러 차례 만나면서 친분을 쌓아왔다. 박 장관은 지난해 양국 수교 30주년을 맞아 중국 칭다오를 방문해 왕이 당시 외교부장과 2박3일 간 밀착 만남을 가졌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11개월 전인 이 ‘칭다오 회담’이 마자막이다.

박 장관과 왕 위원이 이번 회의를 계기로 만나 경색된 한중 관계에 변화를 가져올 주춧돌을 쌓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왕 위원은 한중 관계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며 의미 있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밝히면서 ‘상황 관리’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왕 위원은 지난 10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중국의 대(對)한국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며 “한국이 중국과 함께 노력해 일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칭다오에서 개최된 한중일 협력 국제포럼에서는 “비바람이 지나간 뒤 햇빛이 찾아오듯 기회를 움켜쥐고 손잡고 나아가야 한다”며 한중일 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

왕 위원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의 만남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측은 이번 아세안지역포럼(ARF) 외교장관 회의 의장성명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반대 입장을 넣을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 위원은 지난 2월 하야시 외무상을 만났을 때도 “핵 오염수의 독단적 방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었다. 양측 만남이 성사될 경우 오염수 방출과 관련해 양측의 입장을 서로 확인하는 수준의 대화가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