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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홍보 행사에 미얀마 대사 초청한 정부…유엔 “군부 정당화” 비판
뉴스종합| 2023-08-09 16:49
지난 5월10일 18개국 주한 외교단이 경기도 포천 육군 제8기동사단을 방문해 실전 배치된 국산 무기에 대한 설명을 듣는 모습. [외교부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유엔 인권보고관이 한국 정부가 지난 5월 국산 무기를 홍보하는 행사에 주한 미얀마 대사를 초청한 것을 두고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을 중시하는 기조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정작 미얀마 군부를 대표하는 대사에게 한국산 무기를 홍보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을 자초한 것이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홈페이지에 따르면 토머스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 6월5일 한국 정부에 서한을 보냈다.

앤드루스 보고관은 “2023년 5월10일 외교부가 주최한 국산 무기 홍보 행사에 초청된 18개국 외교단 중 딴 신 주한 미얀마 대사가 포함됐다는 사실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당시 18개국 주한 외교단과 함께 경기도 포천 육군 제8기동사단을 방문해 실전 배치된 국산 무기를 홍보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외교부는 당시 “주요 방산수출대상국들을 포함한 외교단들이 국제무대에서 우수성이 입증된 우리 K2 ‘흑표’ 전차, K21 보병전투장갑차의 기동 및 K9 자주포의 전투사격 시범을 관람하고 직접 탑승체험을 할 수 있도록 추진됐다”고 설명했었다.

이 행사에 딴 신 대사도 포함됐었다. 2019년 부임한 딴 신 대사는 2021년 2월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에도 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앤드루스 보고관은 “딴 신 대사가 K2 탱크 위에 올라타 손을 든 사진도 찍혔다”고 말했다.

앤드루스 보고관은 “딴 신 대사가 행사에 참석한 것 자체가 불법적이고 잔혹한 미얀마 군사 정부를 정당화하는 것”이라며 “마치 한국 정부가 미얀마 군부에 무기를 팔 수 있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어 대(對) 미얀마 무기 이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정책 자체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미얀마 군부는 2020년 11월 아웅산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둔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2021년 2월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했다.

연합뉴스가 미얀마 매체 이라와디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 이후 144건의 민간인 학살을 자행해 1595명을 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유엔 미얀마독립조사기구(IIMM)는 8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미얀마 군부와 산하 민병대의 전쟁범죄가 점점 더 빈번하고 노골적으로 저지르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미얀마 사태 초기부터 미얀마 내 폭력 종식, 자의적 구금자 석방, 인도적 지원 제공, 민주주의 회복을 일관되게 촉구해왔던 한국 정부가 정작 무기홍보 행사에 주한 미얀마 대사를 참석하게 한 것에 대해 유엔이 정책의 일관성에 의구심을 표현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답신을 보내 “기존 관행에 따라 모든 아세안 회원국에 초청 서한이 발송됐고 딴 신 대사도 아세안 대사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초청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세안은 미얀마 군부를 정상회의에서 배제하는 등 비판에 동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