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박격포에 어떤 요리든 주문” 김정은의 러시아行 ‘움직이는 요새’ 정체는
뉴스종합| 2023-09-12 07:53
11일 북러 접경에서 포착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전용 추정 열차. [AP=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만남을 위해 러시아로 출발하면서 이동 수단인 '초호화' 전용열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이 타는 열차에는 집무를 볼 때 필요한 통신 장비, 최고 지도자 보호를 위한 방탄 기능과 박격포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9년 4월 푸틴 대통령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볼 때도 약 1200km 거리를 열차로 이동했다. 북한 선로 상태가 좋지 않아 시속 60km 정도로 밖에 못 달리고, 북한과 러시아의 레일 간격이 달라 중간에 열차 바퀴를 바꿔야 하는 탓에 거의 하루가 걸렸다.

김 위원장은 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로 갈 때도 60시간을 열차로 움직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연방을 방문하기위해 9월 10일 오후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연합]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과거에도 여러 번 포착됐다. 다만 열차 내부나 성능에 대해선 알려진 게 많지 않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10월 조선중앙TV에 방영된 기록영화 '인민의 어버이'에서 내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영화 속 열차 안에는 책상 위 노트북과 모니터, 스마트폰 등이 놓여있다. 회의용 탁자에는 재떨이와 성냥이 있다.

내부 색상은 흰색이다. 2014년 2월 '부강조국 건설의 불멸의 대강을 밝혀주시어'라는 제목의 기록영화에서 나온 열차 내부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8년 3월 방영된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영상에선 김 위원장이 열차 안에서 붉은색 가죽 재질로 보이는 소파에 앉아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대화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열차 내부 벽면에 걸린 TV 화면에는 한반도 주변 지도가 보이고 '현재 위치 중국 료녕성'이라는 글이 써있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연방을 방문하기위해 9월 10일 오후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연합]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해외 방문과 지방 시찰 등에 열차를 자주 탔다.

김정일 위원장이 2001년 여름 모스크바를 방문할 때는 3주간 열차를 탔다. 당시 동행했던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전 러시아 극동지구 대통령 전권대표가 2002년 '동방특급열차'라는 책에서 김정일의 열차 전용칸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책에서 전용칸 바닥에 방탄용 철판이 깔려있고 내부에는 영화 감상용과 전자지도로 쓰이는 스크린 개가 있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풀리코프스키는 열차에서 러시아, 중국, 한국, 일본, 프랑스 요리 등 어떤 것도 주문할 수 있었으며 여성 가수들이 공연도 했다고 책에 썼다.

그는 2011년 러시아 매체에 전용열차를 '움직이는 완벽한 요새'로 묘사하고 열차에 위성항법시스템과 위성TV, 전화가 있었다고 한 바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연방을 방문하기위해 9월 10일 오후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연합]

한편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 일정에는 무력기관 간부들이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을 위해 10일 오후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했다며 "당과 정부, 무력기관의 주요 간부들이 수행하게 된다"고 전했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수행단에는 최선희 외무상,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 오수용·박태성 당 비서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북러 간 불법 무기거래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의 군부 실세들이 김 위원장을 수행하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