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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이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까지…정부, 중동정세 변화에 촉각 [이·팔 전쟁]
뉴스종합| 2023-10-10 10:11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이 이스라엘 국기 색깔인 파란색과 흰색 조명으로 밝혀져 있다. 이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과 관련해 이스라엘에 지상군을 파병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촉발된 무력 충돌에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중국 견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이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력 충돌까지 미국의 외교정책 전선이 확장되는 데 따른 여파에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교가는 이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력 충돌이 내년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과는 패권 전쟁을 하고 유럽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피로도가 올라간 상황에서 중동 전선이 추가된 것이다.

이번 무력 충돌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동맹인 이스라엘과 주변국의 관계를 개선하면서 외교 안정화를 꾀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20년 9월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모로코 등 아랍권 국가와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한 ‘아브라함 협정’이 그 절정이었다. 바이든 대통령 재임 후 주요 중동 정책 중 하나인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귀도 요원하고, 공을 들여 온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 정상화 역시 이번 무력 충돌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국인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미국은 앞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및 군사정보 지원과 최신예 핵항공모함인 제럴드 포드호를 주축으로 한 항공모함 전단을 동지중해에 배치했고, 추가 지원을 지시했다. 그러나 9일(현지시간) 하마스의 공격으로 미국인이 최소 11명이 사망했고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보복에 맞서 인질을 처형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동맹국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끌고 있는 연립 정부가 최근 우경화되는 것은 미국으로서도 부담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7월 사법부의 권한을 줄이는 사법개편안을 통과시키면서 독재 정권 구축을 시도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관여하는 전선이 2개로 늘어난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번 무력 충돌이 중동 전쟁으로 확전되지 않도록 외교력을 최대한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동·아랍 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의 기준으로 보기에 사법제도 개편 등 최근 이스라엘 정부가 극우화되고 있지만, (이번 무력 충돌에 대해) 일단 네타냐후 정부를 지지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며 “그렇게 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과 수교하고 싶지만 상황이 팔레스타인의 편을 들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이스라엘 편을 들지만 동시에 외교적으로 거중조정을 해가면서 빨리 이 무력 충돌을 종식시키는 묘수를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며 “그렇지 않으면 내년 대선에서 적어도 대외 정책 이슈에서는 불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 전선이 장기화될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중심축이 움직일 수밖에 없고, 동북아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9월 북러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북중러가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고 있고 10월에는 소위 우주발사체 3차 발사를 예고했다. 이번 하마스와 이스라엘 무력 충돌이 북한이나 러시아의 외교노선에 영향을 끼칠지도 관건이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경제와 안보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며 대응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스라엘 사태 관련 재외국민보호 대책본부를, 주이스라엘 한국 대사관에는 현장대책본부를 설치했다. 현재 이스라엘 지역에는 장기체류 국민 총 570여명과 약 360여명의 관광객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일부는 대한항공 항공편을 통해 귀국이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