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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최선희 손잡고 '활짝'…푸틴 방북 시계 움직인다
뉴스종합| 2024-01-18 09:37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을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만나면서 방북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방문이 성사된다면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으로, 동북아 정세에 큰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북한은 러시아와 더욱 밀착하면서 중국에 손짓하는 ‘등거리 외교’를 통해 북중러 구도를 강화하면서 미국 대선, 일본과 관계 관리를 통해 한미일 3각 공조를 흔들려는 ‘판’을 짜고 있다.

최 외무상은 15~17일 2박3일간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핵심은 16일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으로, 푸틴 대통령이 타국의 외교장관을 만난 것은 이례적이다.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 푸틴 대통령은 최 외무상과 10초 이상 악수하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포착됐다. 최 외무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 인사를 전했고, 이에 푸틴 대통령도 새해인사로 화답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최 외무상이 푸틴 대통령을 만난 사실을 공개하며 “전반적인 쌍무관계의 역동적인 발전을 추동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보장을 위한 공동보조와 호상(상호)협동을 긴밀히 해 나가려는 쌍방의 입장이 재확인됐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양자관계, 한반도 상황에 관해 대화했으며, 가장 시급한 국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공개했다”며 “우리는 민감한 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세번째)이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을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 일행과 회담하고 있다. [연합]

크렘린궁과 노동신문은 이날 면담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초청했고, 푸틴 대통령이 이를 수락했다. 앞서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일정이 외교 채널을 통해 조율될 것”이라고 밝혔었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24년 만이자 러시아 정상의 두 번째 북한 방문으로 기록된다. 김일성 집권 시기 9차례, 김정일 집권 시기 4차례 북러 정상회담이 이뤄졌는데, 러시아 정상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2000년 7월 푸틴 대통령이 유일하다.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명시하기 위한 헌법 개정에 나선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북한으로서는 ‘정상 국가’로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는 기점이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양측 간 무기거래와 군사협력을 가속화하고 경제 교역과 인적 교류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의 대외 교역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이후 줄곧 1%대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전인 2020년에는 4.94%를 기록했다. 북한으로서는 과거 1%대 수준으로 교역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동신문은 북러 외교장관 회담에서 “조로 친선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에로 승화발전시켜 나가며 조로 경제적 및 문화적 협조에 관한 협정체결 75돌이 되는 올해에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의 쌍무교류와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가는데서 두 나라 대외정책기관들 사이의 전략 전술적 협동을 강화할 데 대한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토의했다”고 밝혔다. 북러는 1948년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이듬해인 1949년 김일성-스탈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소(북소) 경제 및 문화적 협조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북러정상회담을 가진 모습. [TASS]

북한이 러시아와의 밀착으로 향후 중국을 끌어들이는 ‘등거리 외교’를 위한 포석을 다지는 측면도 있다. 북중은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아 경제, 인적 교류의 전면적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북한의 대외무역 1순위는 명실상부하게 중국이다. 다만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관계 관리에 의견을 모았고, 올해 미국 대선이 있는 만큼 중국의 움직임이 크게 변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은 미국 대선이 있는 11월까지 도발을 지속하면서 한미일 협력 구도의 균열을 유도할 전망이다. 한미일 북핵대표는 이날 서울에 모여 북한의 도발과 북러 동향에 대한 대응을 나선다. 전날 한일 북핵수석대표는 “북한이 긴장고조의 원인을 호도하며 전쟁을 위협하는 북한의 공세적 언행에 유감을 표한다”며 “이러한 행위는 한미일 안보협력만을 강화시킬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스스로 밝힌 것처럼 러북 교류·협력이 안보리 결의와 관련 국제법을 철저히 준수하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