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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순방 수행 중 쓰러진 외교부 국장 면직…응원 봇물
뉴스종합| 2024-08-02 15:42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일정을 수행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진 김은영 전 남아시아·태평양 국장(54)이 면직 처리돼 외교부를 떠난다. 김 국장이 쓰러진 지 5년9개월 만이다.

여전히 침상에 누워있는 김 국장을 위해 외교부 직원들은 성금을 모으고 영상 메시지로 응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김 국장에게 위로전과 위로금을 보냈다.

지난 1월 공무상 질병 휴직 만료 후 7개월 간 방안 모색=2일 외교부는 인사를 통해 김 국장에 대해 면직 처리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순방 일정을 수행하던 당시 호텔 방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김 국장은 급히 싱가포르 병원으로 이송돼 긴급지혈과 수술을 받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 국장의 상황을 전했고, 직접 병원을 방문한 후 대통령 주치의를 남겨 상황을 챙길 것을 지시했다.

한 달여 후 상태가 안정된 김 국장은 ‘에어 앰뷸런스’(응급 의료 전용기)를 통해 한국으로 이송돼 치료에 전념했다. 2018년 12월 인사혁신처는 김 국장의 공무상 요양 승인 및 공무상 질병 휴직을 승인했다.

공무상 질병 휴직은 당초 기한이 3년이었으나, 국가공무원법이 개정되면서 2년 연장이 가능해지면서 김 국장의 공무상 질병 휴직은 올해 1월30일까지로, 법정 최대 연장 기한이 1월31일부로 만료됐다.

김 국장은 의식불명 상태였다가 깨어났지만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로 업무에 복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교부는 공무상 질병 휴직 기간이 만료된 이후 퇴직처리를 미루면서 인사혁신처와 함께 여러 방안을 검토했지만, 현행법상 면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최종 판단을 받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복직 후 병가, 명예퇴직 등 여러 대안을 검토했지만, 현행법상 면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2일 인사가 발표되고, 면직 날짜는 1월30일자로 단행된다”고 밝혔다.

명예퇴직은 본인 의사에 의해 신청해야 하는데 김 국장의 건강 상태로는 불가능해 면직처리로 결정됐다는 것이 외교부의 설명이다. 면직시에는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직급 규정’ 제4조에 따른 명예퇴직수당은 지급되지 않는다.

외교부 성금 모금…해외에서도 응원 메시지=외교부 직원들은 치료와 간병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 2주간 성금 모금을 진행했다. 또한 김 국장에게 응원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게시판에는 국내와 해외에서 근무하는 동료들의 안타까움과 쾌유를 기원하는 응원 메시지가 모였다.

외교부는 “성금과 응원 메시지 모음집은 김 국장님의 가족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김 국장의 면직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아 배우자에게 위로전과 위로금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최초 여성 ‘양자 외교’ 담당 국장=1993년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김 국장은 이듬해 28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입부했다. 2001년에는 1970년생 동갑, 외교학과 89학번 동기이자 1994년 입부 동기와 결혼해 당시 만해도 외교부 내 몇 없는 ‘외교관 부부’로도 유명했다.

김 국장은 주태국대사관 1등 서기관, 서남아태평양과장, 주호주참사관, 남아시아태평양국 심의관 등을 지내며 남아시아태평양 지역과 관련한 풍부한 업무 경험을 쌓았고, 이를 인정 받아 2018년 3월 남아태국장을 맡았다. 외교부에서 다자외교가 아닌 양자외교를 맡은 여성 국장은 김 국장이 최초였다.

2018년 싱가포르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 이어 파푸아뉴기니 에이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일정 준비와 순방 수행의 중요 실무 담당자였다. 당시 문 대통령은 “김 국장은 아세안 관련 여러 회의와 에이펙 회의까지 실무를 총괄했다”며 “과로로 보인다. 매우 안타깝다”고 전했다.

김 국장의 남편은 현재 유럽 지역 대사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 외교부는 김 국장의 공무상 질병 휴직이 만료된 1월부터 가족들과 모든 상황을 공유했고, 이번 면직 조치에 대해서도 전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