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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언급 없는 광복절 경축사·'내달 퇴임' 기시다…한일 관계 변곡점
뉴스종합| 2024-08-16 09:55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과거사 언급은 물론이고 정부가 중시하고 있는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과 관련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한미일 3각 협력체제를 함께 선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올해 자리에서 물러난다.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뉴라이트 논란으로 국내 여론이 악화되는 가운데 한일 관계가 중대 변곡점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사도, 한일관계도 언급 안해=15일 사상 초유로 광복회와 야당이 불참해 둘로 갈라져 진행된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윤 대통령은 ‘8·15 독트린’을 발표하며 통일 문제에 대부분을 할애했다.

취임 첫해인 2022년 경축사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인 ‘담대한 구상’을 발표하면서도, 일본에 대해 “과거 우리의 자유를 되찾고 지키기 위해 정치적 지배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대상이었던 일본은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고 선언했다.

이듬해인 2023년 경축사에서는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일본은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고 밝혔다.

반면 올해 경축사에서는 일본에 대한 언급이 사실상 전무했다. 특히 올해에는 조선인 강제노동의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에 우리 정부가 동의하면서 외교 논란이 일었고, 뉴라이트로 지목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으로 촉발된 ‘건국절 논란’으로 정부에 ‘친일 공세’가 쏟아지는 상황이었다.

일본은 여전히 독도에 대한 역사왜곡을 자행하고 있고, 특히 이날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은 현직 방위상으로는 3년만에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日도 “이례적” 반응…대통령실 “자신감 내비친 것”=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독립의 기쁨을 나눠야 할 광복절이 친일 세력들이 마음대로 날뛰는 친일 부활절로, 참담한 사태의 책임은 모두 대통령에게 있다”며 “윤 대통령은 반성과 사죄는커녕, 어제 경축사에서도 너절한 남 탓과 책임 전가만 반복하며 국민을 우롱했다”고 비판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기괴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통일을 말하기 전에 35년간 일본의 식민 지배 시절 우리 민족이 당했던 고난의 역사를 말하고 일본의 죄를 말해야만 한다”며 “광복 후 분단과 전쟁의 참사를 겪은 것도, 그래서 오늘 대통령이 통일을 말하게 된 것도, 일본에 이 나라의 주권을 강탈당한 피지배의 역사 때문임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일본 언론도 대일 관계 언급이 없는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일 관계에 대한 메시지가 없는 이유에 대해 “한일 관계를 지적하지 않았지만, 한일 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라며 “과거사에 대해서 아직도 문제시되는 곳이 있다면 당당하게 지적하고 개선해 나가야되겠지만 좀 더 큰 미래를 바라보면서 우리가 더 크게 돼 있고, 국제사회에서 환영을 받으면서 일본의 협력을 견인해 나갈 때 그것이 진정한 극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바이든·기시다 없는 한미일 3각협력=올해 한미일 정상의 ‘캠프 데이비드 선언’의 두 축인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난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출마를 포기했고, 기시다 총리는 내달 말 치러질 예정인 집권 자민당의 차기 총재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2023년 8월18일 ‘캠프 데이비드 선언’은 한미일 3각 협력의 제도화를 상징하지만, 한일 양국 관계와 미국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지난해 첫 3국 정상회의를 개최했지만 캠프 데이비드 선언 1주년이 다가오지만 2차 한미일 정상회의는 열리지 않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특히 한일 관계 복원을 중심으로 한 한미일 3각 협력에 일본 총리 교체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한일 관계 역시 중대 변곡점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캠프 데이비드의 세 주인공 중 일본 총리가 바뀔 것으로 보이고, 미국도 11월에 대선을 맞이하고 내년 1월 이후면 새 미국 대통령이 등장할 것”이라며 “하지만 지난해 8월에 합의하고 그동안 꾸준히 이행해 온 캠프데이비드를 통한 한미일 3국의 협력은 계속 구체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일 정상 간의 셔틀 외교도 계속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일본 총리의 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기시다 총리와 우리 대통령께서 함께 이루어 온 양국 협력, 그리고 한미일 공조 차원에서의 긴밀한 협력은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지속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라 랩-후퍼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대양주 담당 선임보좌관은 15일(현지시간) 허드슨 연구소의 ‘캠프 데이비드 회의 1년’ 대담에서 “(기시다 총리의 불출마로) 정치적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한미일 3국은 모두 활발한 민주주의 국가”라며 “우리는 지난해 3각 협력을 제도화하는 방안에 주력했으며, 장기적으로 변화에 버텨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사도광산 찾은 野…역사관 공세 계속=야권은 정부에 대한 친일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강·임미애, 조국혁신당 김준형·이해민, 진보당 정혜경 의원 5명으로 구성된 '사도광산 진실수호 대한민국 국회의원 방일단'은 15일 일본을 방문해 사도광산에 조선인 강제동원의 역사를 명백히 반영하고, 조선인 강제동원 노동자 명부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우익 정부는 기본적으로 가지들의 제국주의 침략을 부인하고 있는 역사 수정주의를 하고 있고 실제로 한일 간에 역사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일본이 우리를 침탈한 게 아니라 우리에게 긍정적으로 근대화시켰다’는 뉴라이트 역사관은 정확하게 일본 우익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