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래프트 데이>(2014)에서 성공적인 드래프트를 위해 열변을 통하는 NFL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단장 써니(케빈 코스트너). 미국에서는 이런 사람이 프런트다.
#같은 날 KLPGA 대회가 열린 김해의 한 골프장. 한 골프단의 프런트(그래 프런트다!)가 남몰래 소속선수의 캐디를 맡았다. 골프선수 출신도 아니고, 캐디 노릇에 대한 남다른 전문성이나 열정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단지 로프 안으로 들어가 캐디를 한 번 해보면 보다 선수나 캐디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 도전한 것이다. 퍼팅 조언 등 기술적인 것은 아예 하지도 못했고, 혹시나 다른 선수나 캐디에게 폐나 끼치지 않을까 사전에 많은 공부를 했다고 한다. 수건을 페어웨이에 흘린 채 50m를 지나쳐 왔다가 급하게 뛰어가 다시 주어오는 과정에서 하늘이 노래졌다는 소감이 실감나게 들렸다.
#알고 보니 이 골프단은 이전에도 감독이 선수들의 백을 많이 맸다고 한다. 그리고 스카우트도 유명 선수들보다는 전성기를 지난 고참이나 신예 위주로 뽑았다. 또 한 번 뽑은 선수는 시드만 유지하면 계약을 연장한다. 심지어 캐디를 위해서도 캐디백을 정가보다 50~80% 비싼 맞춤형 제품을 쓴다. 처음에 골프계는 ‘너희들이 언제까지 그렇게 열정 하나로 잘 하나 보자’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데뷔 후 유독 우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선수가 마침내 우승해 눈물을 쏟고, 흘러간 스타의 은퇴식까지 국내 최초로 열었다. 만 4년이 조금 못 됐지만 소속 선수도 20명을 넘겨 용품회사를 제외하면 국내 최대 규모가 됐다.
#사실 프런트(front)라는 말 자체가 한국에서는 좀 엉뚱하게 쓰인다. 원래는 호텔업 등 비즈니스 영역에서 ‘프런트 오피스 스태프’를 의미한다. 이것이 유독 미국에서는 프로스포츠계에서 '단장 등 주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In professional sports, the term refers to upper management of a club, such as the General Manager and other player personnel decision-makers. 위키피디아의 front office 설명 중). 그런데 이 프런트라는 말이 한국에서는 그냥 프로스포츠의 구단직원으로 널리 쓰인다. 하지만 콩글리시라고 멋쩍어 할 필요는 없다. 고맙게도 2004년 국립국어원이 ‘명사 <운동> 프로 축구나 프로 야구 따위에서, 구단의 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신어(新語)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초급 영어단어인 이 프런트(구단직원)의 원래 뜻은 ‘앞[前]’이다. 프런트 수난시대를 맞아 ‘꿈보다 좋은 해몽’을 어설프게 시도한다. 프런트의 노릇은 경기에 간섭하거나, 선수들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고 원어 뜻 그대로를 살려 ‘스포츠의 좋은 문화를 맨 앞에서 선도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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