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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정의 장체야 놀자] 두 손으로 레이스를 펼친다! - 사이클 국가대표 전미경
뉴스| 2016-08-30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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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우올림픽 사이클 경기에서 박상훈(오른쪽)이 영국의 캐번디시와 자리싸움을 하다 낙차 사고를 당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 출전했던 박상훈(23 서울시청)이 사이클 남자 옴니엄 경기에서 낙차 사고로 아쉽게 경기를 마감했다. 영국의 캐번디시(31)가 박상훈과 자리싸움을 하다 자전거끼리 부딪히는 아찔한 사고가 일어났고, 이 사고로 뒤따라오던 이탈리아의 엘리아 비비아니와 호주의 글렌오시어도 넘어진 박상훈을 피하지 못해 넘어졌다. 박상훈은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고, 비비아니와 오시어는 일어나 레이스를 재개했다. 사고를 낸 캐번디시는 은메달을 차지했고, 다시 일어나 경기를 재개한 비비아니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처럼 사이클은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위험한 종목으로 충돌이 발생하면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외의 여론마저 ‘올림픽정신을 잠시 잊은 게 아니냐’는 질타를 받은 캐번디시는 박상훈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이것으로 부정적 여론은 일단락됐다. 박상훈은 다행히 생명의 지장이나 큰 부상은 없다고 한다.

세간의 관심을 받은 올림픽 사이클처럼 패럴림픽에도 사이클(핸드사이클 포함)이 있다. 우리가 기억하는 장애인 사이클은 보통 핸드사이클로 누워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다(혹시 사진으로 보신 분들도 있을 것이다).

누워서 타는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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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우패럴림픽 핸드사이클에 출전하는 전미경 선수.


리우패럴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단 중 <장체야 놀자>의 타깃이 된 두 번째 주인공은, 2012 런던패럴림픽 수영 국가대표로 출전경험이 있고, 지난해(2015년) 사이클 선수로 전향한 지체1급 전미경(46 전라북도장애인체육회) 선수다.

“핸드사이클은 꼭 장애인만의 운동이 아니에요. 아직까지 핸드사이클이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는데, 리우패럴림픽을 계기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전 선수는 2004년 11월 교통사고와 경추 손상을 입어 사지 마비 진단을 받아 지체장애인 1급이 됐다. 장애인의 삶은 쉽지 않았다. 장애인이 운동하기 힘든 현실을 느끼고 개선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선수가 되었다. 2007년 본격적으로 수영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2010 광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부터 조순영 감독과 호흡을 맞췄고 2012 런던패럴림픽과 2014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등 세 차례 국제 대회를 출전했다. 노메달이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국가대표로 출전하고 최선을 다한 것에 보람을 느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사이클이 운명처럼 전 선수에게 찾아왔다.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이클이었기에 망설여졌지만 처음 사이클을 시운전하며 느꼈던 ‘코끝과 뺨에 스치는 바람의 느낌’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짜릿한 기억이었다.

사실 선수가 종목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쓰는 근육과 필요로 하는 기량, 실내외에서 훈련의 차이 등 수영과 사이클은 너무도 달랐다. 전 선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야외훈련’이다. 수영은 주로 실내에서 훈련과 대회가 이루어지지만 사이클은 햇볕을 직접 쐬면서 페달을 손으로 돌려야 했다.

“처음에 야외 훈련을 할 때, 가장 두려운 존재는 햇볕이었습니다. 햇살에 익숙하지 않아 훈련을 참여하기가 너무 힘들었죠.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것이 수영이었다면 이젠 정말 선수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해 준 것은 바로 사이클입니다.”


전미경 선수는 2015년 5월부터 사이클 선수로 활약하며 ‘2015 스위스월드컵’ 도로독주(핸드사이클 세부종목)와 개인도로경기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 후 열린 ‘2016 벨기에 세계선수권’에서도 도로독주 금메달과 개인도로경기 은메달을 차지하며 짧은 기간 놀라운 성과를 보여줬다.

국제사이클연맹(UCI) 세계랭킹에서도 전미경 선수는 저스틴 애슈어(남아프리카공화국), 시아라 스턴톤(아일랜드), 카르멘 쾨두드(네덜란드)를 바짝 추격하는 4위에 위치했다. 그러기에 리우패럴림픽을 참가하는 마음은 더 긴장되고 남다르다.


리우야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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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패럴림픽을 위해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전미경 선수.


2016 리우패럴림픽 기간 중에 사이클 전미경 선수의 경기 일정은 9월 14일(08:00-11:30) 도로독주와 15일 (12:00-14:00) 개인도로경기로 이틀간 출전한다. 전 선수는 참가 선수들과 레이스 펼칠 코스를 사전답사까지 마쳤다. 리우패럴림픽에서 전 선수가 달릴 코스는 평탄한 평지 위주로 자신과 잘 맞는 편이기에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다고 한다.

“저처럼 처음 시작한 초보자는 오르막이 많으면 힘들어요. 그런데 리우는 평지 위주인 것이 다행이죠. 많은 사이클 대회를 겪은 선수들과 승부를 봐야한다면 평지에서 뛰는 것이 저에게 유리하지 않을까요? 바닷바람이 어떻게 부느냐가 관건이지만 그것도 잘 이겨내겠습니다. 지금부터 훈련을 하면서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지요. 4년 전 런던패럴림픽과 다르게 이번 대회에서는 출전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고 시상대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 선수의 자신감은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하면서 얻은 이른바 ‘촉’이 더해져 더욱 믿음이 간다. 리우패럴림픽이 끝나면 남편에게 진한 뽀뽀를 해주며 고마움을 전하고 또 다른 꿈을 향해 전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선수로서 자신을 발견한 사이클이기에 사이클리스트로서 더욱 롱런하면서 장애인스포츠와 관련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어한다.

“스포츠와 관련한 많은 일을 해보고 싶어요. 사실 수많은 장애인들이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집에서 잘 나오지 않아요. 조금이라도 장애인들이 바깥으로 나와 스포츠를 즐기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스포츠인으로서 더 많은 일들을 하고 싶어 현재 한국체육대학교 스포츠심리 석사과정 공부도 시작했어요. 선수생활 하면서 공부하기 어렵지만 주어진 상황을 즐기는 것을 좋아해서 힘든 점을 느끼지 않아요. 그리고 앞으로 장애인스포츠 후배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찾고 싶어요.”

열정의 아줌마!. 전미경 선수와의 인터뷰 후 절로 떠오른 말이다. 그리고 이 정도 도전정신이라면 더욱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자신을 이겨내고 환경과 맞서 꿈을 이뤄가는 성장 스토리가 있어 장애인체육이 참 좋다. 인터뷰어가 인터뷰이보다 더 많이 얻는 일이다.

카네이션 캠페인의 주인공 되다

장애인스포츠를 하면서 겪는 애로사항 중 하나가 ‘고가의 장비’인 경우가 종종 있다. 어려움을 호소하고, 심지어 포기하는 선수들도 있다. 또 자기 몸에 맞는 장비를 통해 운동하는 것도 고역일 수밖에 없다. 사이클이 그렇다. 고가의 장비로 인해 선수층이 얇다.

그린라이트(사단법인)는 기아자동자 및 해피빈과 함께 ‘카네이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해피빈 카네이션 캠페인은 ‘케이빈’을 통해 네티즌이 기부하고, 장애인들의 이동권과 도전을 응원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리고 지난 8월 10일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에서 네 번째 카네이션 주인공에게 전달식이 이루어졌다. 그 주인공이은 핸드사이클 국가대표 전미경, 이도연 선수였다. 선수의 몸에 맞는 핸드사이클을 전달했고, 기부자들이 선수들에게 남긴 응원의 댓글을 메시지북으로 만들어 선물했다. 전미경 선수는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기부해주신 핸드사이클로 인해 생애 처음으로 저의 신체 사이즈에 맞는 사이클을 탈 수 있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카네이션 캠페인은 장애인스포츠 홍보와 함께 고가의 장비로 인해 고생하는 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런 캠페인이 보다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장애인스포츠가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리는 통합체육 실현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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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라이트(사단법인)는 8월 10일 케이빈 패럴림픽 응원 캠페인 모금액과 휠체어 전달을 위해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을 방문했다. 전미경(오른쪽 두 번째), 이도연 선수가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 [사진=사단법인 그린라이트]


미국 애틀랜타로 리우패럴림픽 전지훈련을 간 한국 대표선수단은 30일까지 훈련을 끝내고, 리우로 입성한다. 이때 한국에 남아있던 국가대표들도 합류한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이젠 4년에 한 번 열리는 스포츠축제를 즐기며, 각자 최선을 다하면 된다.

리우패럴림픽은 9월 7일부터 18일까지 12일간 열린다. 개회식은 현지시각 9월 8일 오전 6시 30분(한국시간) 마라카낭경기장에서 열린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0개 이상을 획득하여 종합순위 12위권 내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올림픽은 끝나지 않았다!’ 패럴림픽이 며칠 남지 않은 지금, 국민들이 또 하나의 국가대표들에게 성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헤럴드스포츠=곽수정 객원기자 nicecandi@naver.com]

*'장체야 놀자'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에게도 유익한 칼럼을 지향합니다. 곽수정 씨는 성남시장애인체육회에서 근무하고 있고, 한국체육대학에서 스포츠언론정보 석사학위를 받은 장애인스포츠 전문가입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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