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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화영의 골프장 인문학 50] AIG여자오픈 개최지 뮤어필드
뉴스| 2022-08-04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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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년간 금녀 클럽이던 뮤어필드에서 AIG여자오픈이 열린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스코틀랜드 수도 에딘버러에서 근교 포스만(Firth of Forth)이 내려다보이는 스코틀랜드 이스트로디안 걸레인의 뮤어필드(Muirfield)는 지난해 <골프매거진>에서 세계 100대 코스 11위에 올랐다.

메이저 대회인 디오픈은 32회 대회인 1892년을 시작으로 2013년까지 총 16번 개최했고 올해로는 처음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인 AIG여자오픈을 개최한다.

이 골프장은 그들의 정체성을 지역 코스 명칭인 ‘뮤어필드’보다 ‘에딘버러 골퍼의 명예로운 모임 Honorable Company of Edinburgh Golfers’에 두고 있다. 그래서 골프장 로고도 대문자 HCEG를 사용하고 모자며, 깃대, 각종 기념품에 새긴다. 역사상 최초의 골프코스가 어디냐에 따라 머슬버러와 올드 코스가 원조를 다툰다. 하지만 클럽 Club이 가장 먼저 생겨난 곳은 HCEG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는 듯하다.

에딘버러의 골퍼들은 1744년에 13개의 골프룰(Rules of Golf)를 만들었고 리스 링크스(Leith Links)를 자신들의 홈 코스를 삼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공은 있는 그대로 친다’ 등의 조항이 바로 이곳에서 생겨났다. 실제로 이 13개 조항이 새겨진 종이가 뮤어필드 골프장 프로샵의 한 귀퉁이에 액자로 전시되고 있다.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는 역대 캡틴들의 초상화와 사진들이 빼곡이 박혀있는 그야말로 귀족 클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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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어필드 골프룰 13개 조항이 프로샵에 진열되고 있다.


1744년 창립된 클럽은 리스 링크스 5개 홀로 100여년간 운영되었으나 점차 회원이 늘면서 1836년에 9홀 코스인 머슬버러로 이동했다. 하지만 이 곳은 승마장 트랙과 함께 쓰는 바람에 코스를 확장할 수 없었다.

결국 1891년에 HCEG는 18홀로 개장한 신설 코스 뮤어필드를 자신들의 홈 코스로 정했다. 이전까지 머슬버러는 디오픈을 이미 6번 개최했으나 1892년부터는 HCEG가 뮤어필드를 홈 코스로 정하면서 디오픈 코스도 옮겨져 오늘날까지 16번을 개최했다. 그래서 엄밀히 따지면 HCEG로서는 디오픈을 22번 개최했다. 머슬버러는 현재 9홀 퍼블릭 코스로 운영된다.

뮤어필드 코스 설계는 디오픈에서 4승을 거둔 올드 톰 모리스가 맡았고 개장은 1891년 5월 3일. 첫 규모는 16홀이다. 나머지 두 홀은 연말에 추가됐다. 당시 코스란 그린 옆으로 다음 홀 티잉구역이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모리스는 올드 코스처럼 시계방향으로 도는 한 개의 루프를 만들었다. 당시 전장은 야드가 아니라 피트 즉 발걸음으로 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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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모리스가 1891년 설계한 애초 코스맵.


하지만 이 코스는 1924년 해리 콜트가 오늘날의 9홀 코스가 두 개 순환하는 레이아웃으로 고쳤다. 전반 9홀은 시계 방향으로 골프장 외곽을 돌고, 후반 9홀은 반시계 방향으로 코스 안쪽으로 돌아가는 배열이다. 올드코스처럼 해안으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방식이 아니고 오늘날 대부분의 한국 골프장에 적용되는 방식이다.

이 코스는 벙커 수가 169개에 이를 정도로 많았는데 2011년에 마틴 호트리가 수정하고 줄여서 지금은 총 148개다. 이곳의 벙커들은 다른 링크스 코스처럼 턱이 잔디 흙으로 층층히 덮힌 것이 아니라 잔디가 아래까지 심어진 게 특징이다.

신사들의 비밀 클럽으로 유지되어온 까닭에 운영은 엄격한 회원제 전통을 유지한다. 회원과 게스트가 아니면 클럽하우스를 들어올 수 없다. 개장 이래 무려 273년간 여성은 회원으로 받지 않았다. 그래서 여성이 골프를 하려면 정문 옆 차고에서 옷을 갈아입거나 소지품을 챙겨 골프장에 들어와야 했다. 우리 일행은 세계100대 코스 전문 여행사인 센텀골프의 도움으로 프로숍에서 기념품을 사고 테라스에서 맥주도 한 잔 마시면서 쉬다가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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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클럽 전통이 강한 뮤어필드는 레스토랑에 실버클럽과 역대 캡틴인 남자 사진을 벽에 진열하고 있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에서는 2015년부터 여성 회원을 받으면서 디오픈 코스들도 이를 따라하라고 권유했다. 로열 트룬이나 카누스티, 로열 세인트조지스 등 디오픈 개최 코스들은 처음엔 버텼으나 순차적으로 여성 회원을 받아들였다. 뮤어필드가 마지막까지 버틴 골프장이지만 결국 2017년3월에 골프클럽이 만들어진 지 273년이 지나서야 여성을 회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5년 뒤인 올해 처음으로 여자 대회까지 개최하기에 이른 것이다.

AIG위민스오픈은 올해 46회를 맞이하고 메이저로 승격이 된건 2001년부터 22번째다. 지금까지 이 대회에서의 한국 선수는 6승을 쌓았다. 박세리가 2001년 잉글랜드 서닝데일에서 첫승을 올렸고, 2005년에 로열버크데일에서 장정, 2008년과 12년에는 서닝데일과 로열리버풀에서 신지애, 2015년 턴베리에서 박인비, 마지막 우승은 2017년 킹스반스에서의 김인경이다.

다른 곳도 아닌 뮤어필드에서 처음 열리는 여자 메이저에서 우승하는 건 여러 의미가 있을 것이다. 5년전 처음 여자 라커를 만든 이곳 클럽하우스의 어느 곳에 이름을 새길지 자못 궁금해진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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